A출판사가 올해 펴낸 중학교 2학년 사회 교과서는 모두 14개 단원이다. 이 교과서는 ‘문화의 다양성과 세계화’, ‘글로벌 경제와 지역 변화’로 시작하며 국제적 시각을 길러주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문제는 교육부가 검정한 사회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 법질서를 다룬 단원이 3개에 그친다는 것이다.
매일경제신문이 A사가 펴낸 중·고 사회 교과서(선택과목 제외)를 모두 조사한 결과 중학교 2학년 사회 교과서에 포함된 단원 3개를 제외하고는 법질서를 다룬 단원이 전무했다. 한마디로 중학교 2학년 때 25~30시간 정도 배우고 나서는 법질서를 왜 지켜야 하는지 배울 기회조차 없는 셈이다. 물론 고등학교 때 ‘정치와 법’이라는 선택과목이 있기는 하지만 2015년 수학능력 시험에서 선택한 학생은 3.5%에 그칠 정도로 외면받았다. 중학교 사회교사 윤 모씨(33)는 “교육부가 검인정하는 교과서는 다루는 내용이 큰 차이가 없다”면서 “사회 교과에 법질서 교육이 매우 부실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17일로 우리 헌법이 제정된지 67주년이 흘렀지만 법질서 교육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부와 교육부는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헌법 교육을 강화한다고 천명했지만 초·중·고 교육 과정에 반영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까닭에 아직 교육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나마 있는 법 교육 역시 추상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데다 실생활에 필요한 법률 지식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
계약서 작성, 금융 거래 약관, 재판·수사 절차 등 상식에 속하는 법률 지식들은 교육 과정에서 아예 빠져 있다.
미국 고등학교가 변호사협회, 로스쿨 등과 협업해 다양한 실용 법률 지식을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의 청소년 법교육은 법무부 산하 청소년사법비행예방국(OJJDP)가 주도해 체험형 법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교육이 입시에 맞춰져 있다 보니 사회 생활에 필요한 교육은 등한시하는 게 사실”이라며 “계약서 쓰는 법만 잘 가르쳐도 많은 법률 분쟁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최근 학생자치법정, 솔로몬 법 테마파크 등 체험형 교육을 도입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체험형 교육이 실시되는 학교가 극히 일부인데다, 성적에도 반영되지 않아 캠페인 수준에 머물고 있어 한계도 분명하다.
이같은 지적이 일자 교육부는 법무부와 협업해 법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법무부가 가진 전문지식이 교과서에 반영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달했고, 교육부도 이를 수용해 개정 교과서에 반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 과정에서 가르치는 법 내용이 너무 어렵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다”며 “법무부와 헌법교육강화추진단을 만들고 법률·교육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법질서 교육을 강화할 수 있을지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태양 기자 /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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