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이 베트남 브로커에게 회삿돈을 빼주기 위해 내부 방침까지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 브로커가 포스코건설의 해외 사업장을 이처럼 농락한 배경에 정동화(64) 전 부회장이 있었다고 판단,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2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조상준 부장검사)에 따르면, 컨설팅업체 I사 대표 장모(64)씨는 2010년 5월 포스코건설이 발주한 베트남 ‘노이바이-라오까이’ 고속도로 프로젝트의 아스팔트 포장공사를 하청받도록 돕고 건설업체 W사로부터 공사비의 3.5%인 15억원을 받기로 약속했다.
장씨는 당시 공사현장 총괄소장이던 포스코건설 베트남사업단장을 지낸 박모(52·구속기소) 전 상무에게 W사가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박 전 상무와 직원들은 W사에 낙찰예정 가격을 미리 알려주고 기존 하도급 업체들에는 일정 가격 이상을 써내게해 W사가 최저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장씨는 포스코건설 고위 간부와의 친분을 들먹이며 박 전 상무에게 10억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 전 상무는 1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W사에 지급할 공사대금을 빼돌리기로 하고 지급방식에 대한 내부방침까지 바꿨다.
박 전 상무는 부지 보상문제로 착공조차 하지 못하는데도 W사에 기성금 10억원을 허위로 지급했고, 장씨는 W사와 허위 자문용역 계약을 맺고 이 돈을 고스란히 가져갔다.
장씨는 애초 W사로부터 받기로 한 10억원도 용의주도하게 챙겼다. W사 현지법인이 플랜트 제작업체 C사로부터 구입한 아스팔트 플랜트를 자신이 운영하는 I사가 수출한 것처럼 거짓 계약서를 꾸몄다.
W사는 C사에 플랜트 대금 15억원을 주고도 장씨에게 14억3998만원을 또 지급해야 했고, W사는 이 돈을 포스코건설에서 받은 선급금으로 조달했다.
결국 장씨는 포스코건설 회삿돈에서 25억원 가까운 거액을 빼낸 셈이다. 검찰은 이미 전날 장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입찰방해, 범죄수익은닉규제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장씨는 1997년 대선 직전 ‘총풍사건’과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사건 때 등장하며 ‘브로커 기질’을 발휘한 인물이다. 그가 설립한 I사는 명목상 경영자문 컨설팅업체지만 실제 영업실적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건설 비자금의 최종 목적지로 의심받는 정 전 부회장은 이미 지난달 28일 자택을 압수수색당했다.
[매경닷컴 디지털뉴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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