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의 위성 엔켈라두스(Enceladus)의 해저에서 온천이 발견됐습니다. 지구 바깥에서 뜨거운 물이나 온천 활동이 탐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영국 런던에서 발간되는 과학 학술지 네이처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볼더 콜로라도대 쉬샹원 교수가 이끄는 다국적 연구팀의 논문을 게재했습니다.
이 연구팀은 토성 고리를 이루는 입자를 연구해 왔습니다.
지름이 약 500km인 엔켈라두스는 두꺼운 얼음층으로 표면이 덮여 있으나, 10년 전 카시니 우주탐사를 통해 이 위성의 남극에서 얼음이 뒤섞인 화산 활동이 발견됐습니다.
당시 데이터를 분석한 과학자들은 염류를 포함한 얼음 결정들이 화산에서 분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는 얼음층 아래에 바다가 있다는 점을 보여 줬습니다.
중력을 이용한 측정에 따르면 엔켈라두스의 남극에 있는 바다는 얼음 표면으로부터 30∼40km 내려간 곳에 있으며, 바다의 깊이는 약 10km입니다.
이런 관측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엔켈라두스에서 분출되는 얼음 입자들이 토성 주변에 'E 고리'를 만든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카시니 우주탐사에서는 또 E 고리에 이산화규소(SiO₂) 나노입자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산화규소는 지구에 있는 모래의 주성분입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대의 프랑크 포스트베르크 교수 등은 실험을 통해 E 고리에서 발견되는 이산화규소 나노입자의 크기로 볼 때 특정한 열 조건이 엔켈라두스의 분화구에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암석과 물이 만나는 지점의 온도가 섭씨 90도 근방이어야 하고, 물의 수소이온농도(pH)가 8.5∼10.5로 지구의 바닷물보다 염기성을 더 띠고 있어야 하고, 염류의 농도는 4% 미만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2000년 대서양 심해에서 발견돼 '잃어버린 도시'(the Lost City)라는 별칭이 붙은 해저온천과 유사한 조건입니다.
프랑스 낭트대의 가브리엘 토비 교수는 네이처에 함께 실린 논평에서 '잃어버린 도시'의 조건들이 엔켈라두스와 같은 외계 위성의 열 시스템을 연구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잃어버린 도시'는 해수면으로부터 800m 아래에 있으며, 여기에는 칼슘으로 이뤄진 최고 높이 60m 규모의 깔때기가 해저로부터 솟아 있습니다. 여기에는 햇빛이 없이 매우 알칼리성이 높은 여건에서 생존하는 생물들이 다양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런 심해의 알칼리성 온천 지대에서 지구의 생명체가 처음 발생했으리라고 추측하기도 한다고 토비 교수는 전했습니다.
외계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르는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꼽혀 온 엔켈라두스에서 이번에 뜨거운 물이 분출되는 열수(熱水) 활동의 증거까지 발견됨에 따라 우주생물학자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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