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여검사’ 사건의 주인공 이 모 전 검사(40)가 무죄를 확정받았다. 금품과 청탁 사이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벤츠 여검사 사건은 결국 사건 당사자에게 죄를 묻지 못한 채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태동의 계기만 마련해주고 마무리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내연 관계에 있던 최 모 변호사(53)로부터 고소 사건 청탁과 함께 벤츠 승용차 등 56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된 이씨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12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로부터 신용카드 및 벤츠 승용차를 교부받은 시기와 청탁 시점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존재하고, 청탁을 전후한 시점의 카드 사용액 등 내연 관계에 따른 경제적 지원에 별 다른 차이가 없다”며 “청탁과 금품 수수 이익 사이에 대가가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검사가 되기 전부터 부산 지역 변호사 최씨와 내연 관계를 맺었다. 중국에서 부동산 사업을 벌이던 최씨가 분쟁에 휘말려 2010년 9월 허 모씨를 형사 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씨는 검사로 임관한 이씨에게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동기 검사를 재촉해 잘 처리해 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구했다.
이씨는 2010년 5월부터 최씨가 소속된 로펌의 법인 명의 신용카드를 받아 샤넬 핸드백, 의류, 항공권 등을 구매했다. 2009년 4월부터는 벤츠 승용차도 건네 받아 이용했다. 검찰은 알선수재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구속 기소했다. 이씨는 대가성을 강하게 부인하며 벤츠 승용차가 ‘사랑의 정표’라고 주장했다.
1심은 이 같은 공소사실이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금품 수수 시점과 청탁 시점의 차이를 이유로 1심을 완전히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신용카드는 청탁 시점보다 5개월, 벤츠 승용차는 청탁에 1년 5개월 앞서 받아 사용했다는 점에서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결이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을 유지하고 이씨에 무죄를 확정했다.
이씨가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가 아닌 내년 9월 시행 예정인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면 결과는 정반대가 될 수 있다. 김영란법은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을 묻지 않고 공직자나 그의 배우자가 한 사람에게서 1회에 100만원, 연간 3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수액의 5배 달하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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