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정지 상태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심판 첫 변론에서는 방통위 파행 상황과 관련한 국회의 책임 여부가 집중적으로 거론됐습니다.
헌법재판관들은 국회가 상임위원을 제때 추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방통위가 파행된 것이 아니냐며 국회 측 입장을 청취했습니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헌법재판관)은 오늘(12일) 헌재에서 열린 변론에서 "국회는 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느냐"며 "그것은 법률 위반이 아니냐"라고 소추위원 자격으로 출석한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에게 물었습니다.
문 재판관은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방통위원 후보자에서 지난해 11월 7일 사퇴한 것을 언급하며 "그렇다면 국회는 (그 이후) 방통위원 3명을 추천해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지 않으냐"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해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통위원 후보자로 선출됐지만 7개월 넘게 임명이 지연되면서 후보자직에서 사퇴했습니다.
김형두 재판관도 "국회가 임무를 제대로 했나 하는 의문이 든다"며 "국가기관이 이렇게 1년 넘게 기능을 안 해도 되는 것이냐, 그걸 바라고 있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정 위원장은 "결국 사퇴하게 만든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며 "(국회가 3명을 추천하더라도) 대통령이 국민의힘이 추천한 인사만 임명하고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를 임명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에 더해 방통위원의 추천권 등에 관해 국회에서 내부적으로 토론을 거치느라 추천이 지연됐다고 정 위원장은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김 재판관은 "헌법재판소에 대해서도 (국회가) 재판관을 추천하지 않고 있다"며 "그것도 국회가 제 일을 하지 않는 것인데 국회의 책임 외에 다른 누구의 책임이 있느냐. 그러면 국회의 뜻은 헌재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인가"라고 재차 지적했습니다.
헌재는 지난 10월 17일 재판관 3명의 퇴임을 앞두고 국회가 후임자를 선출하지 않아 6인 체제가 돼 심판 절차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법상 정족수 규정에 대한 이 위원장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심리를 진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 위원장은 "국회가 책임이 없다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대통령이 최민희 방통위원을 임명했다면 지금 벌어지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정 위원장은 이날 변론에 출석하면서 헌법재판관 후임 추천에 관한 취재진 질의에 "국회에서 잘 상의해서 곧 추천이 있을 것"이라며 "연내에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소추 사유 중 핵심은 법정 인원인 5인 중 2명의 방통위원만 임명된 상황에서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을 의결한 행위가 위법한지 여부입니다.
이날 정 위원장은 심판정에서 "재적 위원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2명만으로 의결한 건 불법 의결"이라며 "이 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은 정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임기(종료)가 12일 앞으로 다가온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더는 미룰 수가 없었다"며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다"고 반박했습니다.
헌재는 이날 김영관 방통위 기획조정관을 증인으로 채택해 다음 달 3일 신문하기로 했습니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등 다른 증인에 대해서는 채택 여부를 추후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심사 첫 변론/사진=연합뉴스
[김유민 디지털뉴스부 인턴 기자 mikoto23062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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