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을 일주일 앞둔 오늘(3일) 점점 확산하는 김준혁(경기 수원정) 후보의 '막말' 논란에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입니다.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에 따라 해당 발언들이 선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현재 파장이 커지고 있는 김 후보의 과거 발언은 '이화여대 김활란 초대 총장이 미군에게 학생들을 성 상납시켰다'는 내용입니다.
김 후보는 지난 2022년 8월 유튜브 '김용민TV'에 나와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것에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김활란"이라며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군 장교들에게 성 상납시키고 그랬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이화여대는 어제(2일) 입장문을 내고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동시에 김 후보의 사과와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했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김 후보에게 사과하라고 권고했고, 김 후보는 이날 오후 늦게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제되지 못한 표현으로 이대 재학생, 교직원, 동문의 자긍심에 상처를 입힌 점에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습니다.
김 후보는 2019년, 같은 방송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일제강점기에 종군위안부를 상대로 섹스했었을 테고'라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박 전 대통령 유가족분들, 불편을 느끼셨을 국민께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리스크인 양문석(경기 안산갑) 후보의 '편법 대출' 논란에 당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은 데 반해 당과 김 후보가 이처럼 납작 엎드린 것은 그만큼 과거 막말의 심각성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다만, 민주당은 김 후보의 거취 문제에 대해선 '후보직 사퇴는 없다'는 기류다. 이는 김 후보의 사과 이후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김민석 총선 상황실장은 오늘(3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한 브리핑에서 "김 후보가 진지하게 사과한 것을 확인했다"며 "(사과 의사를 직접 전달할) 당사자를 어떻게 특정할 것인지도 본인이 고민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공천을 취소하겠다고 했는데 후보 사퇴를 고려하지 않는가'라는 물음에는 "그 언급이 김 후보와 관련한 언급을 인용한 건 아닌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당내 여성 의원과 후보들 역시 이번 이슈에 입장을 내놓지 않는 등 이슈의 확산을 피하는 분위기입니다.
이와 같은 선 긋기에도 불구하고 당 일각에서는 2012년 총선에서 김용민(서울 노원갑) 후보의 '막말'로 패했던 악몽의 재연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읽힙니다.
당시도 거센 '정권심판론' 속에 선거가 치러져 민주당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러나 김 후보가 과거 온라인 방송에서 테러 대처 방안을 말하며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풀어서 부시, 럼스펠드, 라이스를 아예 강간을 해가지고 죽이는 거다"라는 등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민주당은 궁지에 몰렸습니다.
당내에서조차 후보직 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컸으나, 김 씨는 선거에서 완주해 낙선했고 민주당도 패했습다.
정치권에서는 김 씨의 막말을 결정적 패인 중 하나로 지적했습니다.
또 이번에 문제가 된 김 후보가 막말을 뱉어낸 곳이 김용민 씨의 유튜브라는 점도 공교롭다는 분위기입니다.
[박연수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younsu4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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