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초선 비례·원외 인사들, 줄줄이 친문 현역에 도전장
4·10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친명(친이재명)계와 친문(친문재인)계의 공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 심사를 통과한 친명 인사들이 비명계 주축인 친문 현역 의원의 지역구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면서 민주당의 현 주류와 옛 실세 간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구에서는 예비후보자들 간 경쟁이 상호 비방전으로 확산하면서 당 지도부는 물론 공천의 키를 쥔 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마저 나서 '경고' 메시지를 낸 상태입니다.
이같은 '친명 대 친문' 전선은 주로 수도권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친명 예비후보들은 대체로 초선 비례대표이거나 원외 인사들이고, 친문 예비후보들은 현역 의원입니다.
친명 초선 비례인 이동주·양이원영·이수진 의원은 각각 친문 홍영표(4선·인천 부평을), 양기대(초선·경기 광명을), 윤영찬(초선·경기 성남중원) 의원에 도전장을 냈습니다.
또, 친명 원외 인사인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친문 핵심으로 불리는 전해철(3선·경기 안산상록갑) 의원,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의 김우영 상임대표는 친문 강병원(재선·서울 은평을) 의원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각각 등록했습니다.
이를 두고 비명계 일각에서는 친문 현역 축출을 노린 '자객 출마'라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양 전 상임위원과 김 상임대표가 검증위를 통과한 것을 두고 비명계는 불공정 심사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앞서 양 전 상임위원은 비명계 의원에게 막말했다가 징계받았고, 김 상임대표는 강원도당위원장직을 유지한 채 서울 은평을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지도부로부터 주의 조치를 받은 바 있습니다.
'당원은 대대적인 물갈이 공천혁신안을 원한다!' 기자회견하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 / 사진 = 연합뉴스
친명 인사가 검증위를 통과한 뒤 나중에 출마 지역구를 친문 의원의 지역구로 변경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연희 민주연구원 상근부원장은 당초 같은 친명인 이수진 의원 지역구(서울 동작을)를 선택해 검증위를 통과했으나 이후 출마 지역을 친문 3선 도종환 의원의 청주 흥덕으로 바꿔 뒷말을 낳았습니다.
이와 관련, 당 고위 관계자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검증위 심사는 일차적 수준의 기초 단계에 불과하고, 실질적 검증은 공관위에서 이뤄진다"며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아울러 친명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인영 의원의 퇴진을 요구하는 등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총선 불출마도 주장해 친문계의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비명계 한 의원은 "지난 총선 압승으로 현역 지역구를 놓고 유독 당내 경쟁이 치열한 것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그렇다고 친명계가 대놓고 친문 의원들을 저격하는 것은 당 통합과 거리가 멀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친문 인사들은 앞서 민주당을 탈당해 문재인 정부 '저격'에 앞장섰던 이언주 전 의원의 복당을 이재명 대표가 직접 요청한 것을 두고도 부글부글하는 분위기입니다.
친문 재선 의원은 "이언주의 복당이 외연 확장이고 반윤(반윤석열) 연대 강화라는 일각의 주장에 황당하다"며 "이 대표가 당내 적지 않은 친문 의원들과 조금이라도 소통했다면 복당 요청은 꿈도 못 꿨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친명과 친문의 대립은 앞으로 공관위의 공천 작업이 본격화하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의 각축전은 공천 싸움을 넘어 총선 후 8월에 있을 당권 경쟁까지 시야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한편 총선을 코앞에 두고 고질적 계파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분열은 총선 필패'라고 강조해 온 이 대표가 오는 31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 대표 측은 "신년 회견은 총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한 '정책 비전'을 포괄적으로 제시하는 데 방점이 찍힐 것"이라며 "고심해서 당내 통합을 위한 메시지도 포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하승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iuoooy3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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