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한지 5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스타트업 10곳 중 4곳이 "우리나라의 노동법 규제가 심각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 시작부터 정규직을 뽑아야 하는 고용경직성과 더불어 최저임금인상·주52시간 등 이중삼중 부담이 결국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막는 장벽이라는 지적이다.
5일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으로부터 제공받은 '디지털 산업 고용 촉진을 위한 노동규제 개선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운영 기간이 5년 미만인 스타트업 47곳 가운데 40.4%는 '노동법 규제가 심각한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노동법 규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답변한 비율은 19.2%에 불과했다. '규제가 심하다'를 선택한 비율이 '그렇지 않다'라 응답한 비율보다 2배 이상 높은 셈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해당 설문을 지난 1월 27일부터 2월 22일 사이 조사했다.
신생 스타트업들은 무엇보다 고용 유연성 확보가 시급하단 입장이다. '노동 규제 중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무엇이냐'를 묻자 응답 기업의 51.1%가 '고용경직성'을 뽑았다. 다음으로는 최저임금 등 '임금 문제'(19.1%), '주52시간 근로제도'(12.8%) 등이 꼽혔다.
고용경직성이 해결 과제 1순위로 뽑힌 건 신생 스타트업은 통상 관련 업무에 대한 경험이 있는 경력 직원을 정규직으로 뽑기 때문이라고 분석됐다. '전체 근로자 중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을 묻는 질문에 응답기업의 51.1%는 "없다"고 밝혔다. "20% 이하"란 응답은 31.9%, "20% 초과 40% 이하"란 응답은 14.9%로 각각 집계됐다. 이에 해결 방안으로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요건 완화(50%)', '신생기업에 대해 일정기간 해고 규정의 예외(29.5)'가 주로 거론됐다.
주52시간 근로제도 등 근로 시간에 대한 개선 방향에 있어선 응답 기업의 34%가 '자율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일정 규모 이하의 기업에 대해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하도록 제도 완화'가 23.4%,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요건 완화'가 21.3%, '신생기업에 대한 근로시간 규제 일부 유예'가 14.9%를 각각 차지했다.
권명호 의원은 "노동규제가 창업 생태계를 어렵게 만든다는 게 조사를 통해 나타났다"며 "특히 스타트업들은 주52시간에 대해 하소연을 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가 노동환경 개선에 적극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임금 부문에 있어선 성과에 따른 보상이 더 확실히 주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입직원의 평균 임금은 '월 200만원 초과 220만원 미만'이 42.6%, '월 220만원 초과 240만원 미만'이 27.7%, '월 240만원 초과'가 24% 순이었다. 반면 응답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은 '성과급이 존재하지 않는다(42.6%)'고 답했다.
신생 기업이다보니 성과 평가에 대한 기준 자체가 미비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근로자의 임금이 높게 보장되지 않으니 '성과연계형 임금산정방식'으로 근로 욕구를 조장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 보고서의 연구 책임자는 박지순 고려대 법대 교수다. 이 외에도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 교수, 정진수 노무법인 노엘 대표 노무사 등이 연구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지금 노동규제는 제조업 생산직에 맞게 짜여 있다. 빠르고 유연하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의 구조적 특성을 뒷받침하지 못한다"며 "근로기준법의 취지는 존중돼야 하지만 과거의 잣대를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규제는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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