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삼성전자 출신이자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추진 때 공개반대했던 양향자 무소속 의원(광주 서을)에게 반도체특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19일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양 의원에게 반도체특별위원장 자리를 제안했다"며 "양 의원이 상당히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 의원은 삼성전자 최초의 '여상' 출신 임원으로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광주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삼성전자에 입사해 줄곧 반도체 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사실상 현재 국회에 있는 유일한 반도체 전문가인 만큼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초당적 차원에서 맡아달라고 거듭 설득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조하자 이틀 뒤 "반도체특위를 만들겠다"고 바로 화답했다. 그런데 보통 당내 특위가 빠르게 구성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열흘이 넘도록 위원 명단이 발표되지 않았다. 양 의원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양 의원이 윤 대통령의 반도체 사랑에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한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가장 먼저 나선 것도 그에게 직을 요청한 이유가 됐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는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다양한 반도체 전문가를 모으기 위해 반도체특별위원회를 정부와 산업계, 학계까지 참여하는 특위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당 차원의 특별위원회로 두지는 않겠다는 의지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양 의원의 합류가 외연 확장의 메세지를 줄 수도 있다. 양 의원은 반도체 전문가로 2016년 민주당에 영입됐다. 21대 총선 당시 광주 서을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지만 지난해 보좌진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2차 가해를 했다는 의혹으로 제명됐다. 그 후 무소속으로 활동하던 양 의원은 같은해 11월 경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고 다시 민주당 복당을 신청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 4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친정이었던 민주당과 대립했다. 이후 "내가 입당했던 민주당은 지금의 민주당이 아니다"며 복당 신청을 철회한 바 있다. 다만 양 의원이 반도체특위에 합류한다고 해도 입당이 아닌 어디까지나 전문가로서 도움을 주는 차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 외에도 반도체특위를 당의 이공계 출신 의원들 위주로 구성할 방침이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양금희 의원, 영남대 기계공학과 출신인 김영식 의원, 과학계를 대표해 비례대표가 된 조명희 의원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