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날인 9일 "선거 과정에서 더욱 깊어진 갈등의 골을 메우며 국민 통합의 길로 나아갈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성공의 길로 더욱 힘차게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퇴임연설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19대 대통령으로서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문대통령이 '국민통합'을 마지막 메시지이자 새 정부의 화두로 던진 것이다. 역대 누구도 누려보지 못한 지지율 40%대를 받으며 퇴임하지만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사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국민통합'이 결국 미완의 과제로 끝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국론을 갈라놓은 주범인 검수완박, 부동산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문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으로서 무거운 짐을 내려놓는다"고 말문을 열며 탄핵정국 속에 출범한 정권이 코로나19, 일본 수출규제 등을 극복했던 대한민국의 저력을 강조하며 국민에게 공을 돌렸다. 문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위기 속에서 '위기에 강한 나라',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로 도약했다"고 단언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2차 세계대전 후 지난 70년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 2차 세계대전 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며 "누구도 부정 못 할 빛나는 대한민국의 업적이며 자부심"이라고 강조했다.
문대통령은 "그 주역은 단연 우리 국민"이라며 "대한민국은 세계로부터 인정받고, 부러움을 받는, 그야말로 '위대한 국민의 나라'이고 높아진 우리 국격에 당당하게 자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퇴임날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더 당당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겠습니다'란 글귀를 남기기도 했다.
문대통령은 "지난 5년은 국민과 함께 격동하는 세계사의 한복판에서 연속되는 국가적 위기를 헤쳐온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 더욱 강해졌고, 국격도 높아졌다"며 "대한민국은 이제 선진국이며, 선도국가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참으로 위대하다. 위대한 국민과 함께한 것이 자랑스럽다"며 "퇴임사는 위대한 국민께 바치는 헌사"라고 강조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의 단초가 되었던 '촛불집회'를 다시 소환했다. 문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헌정질서가 무너졌을 때 가장 평화적이고 문화적인 촛불집회를 통해, 헌법과 법률이 정한 탄핵이라는 적법절차에 따라 정부를 교체하고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가 한국 국민들의 성숙함에 찬탄을 보냈다"며 "우리 국민은 위기를 겪고 있는 세계 민주주의에 희망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다 이루지 못했더라도 나라다운 나라를 향한 국민의 열망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촛불의 염원은 여전히 우리의 희망이자 동력으로 피어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3번의 남북정상회담과 2번의 미북정상회담에도 제자리로 돌아간 남북관계와 관련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한 탓 만은 아니었다. 우리의 의지만으로 넘기 힘든 장벽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남북 간에 대화 재개와 함께 비핵화와 평화의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문대통령은 "다음 정부에서도 성공하는 대한민국의 역사를 계속 이어나가길 기대한다"며 "이전 정부들의 축적된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켜 더 국력이 커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문대통령은 이날 저녁 6시까지 업무를 마치고 서울 모처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10일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한뒤 고향인 경남 양산으로 내려간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퇴임뒤 고향으로 내려가는 두번째 대통령이다.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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