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을 비롯해 정의당까지 합의한 검수완박 8개 중재안이 탄생하기까지는 험난하고 지리한 협상과정이 있었다. 검찰수사권 완전박탈(검수완박)을 요구하는 민주당과 검수완박 완전폐기를 주장하는 국민의힘 사이에서 직접 중재안을 만들어 여·야 설득전을 펼친 박병석 국회의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관망하던 박의장이 적극적 개입을 결심한 것은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검수완박은 야반도주"라고 말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해 "오만방자한 언행"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법안 강행을 예고했던 지난 15일 금요일 저녁. 당초 23일로 예정됐던 미국·캐나다 순방일정 포기하기 위해 외교라인을 통해 해당 국가들에 전화부터 돌렸다.
주말이었던 16~17일에는 김부겸 총리를 비롯해 전직 대법관 원로, 여야 원로 등을 국회의장 공관으로 초청해 의견을 들으며 중재안 구상에 착수했다. 민주당 최고령 원로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는 새벽 5시에 도 통화하며 의견을 들었고 문희상 전 의장, 정의화 전 의장 등도 수시로 통화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을 만나며 중재안 구상을 시작한 건 지난 18일부터, '박병석 구상' 밑그림이 완성돼 여야 원내대표들과 접촉해 의견 조율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일부터다. 낮에는 국회업무를 보고 밤에는 여·야 원내대표들을 국회·외부 식당 등에서 만나 협의했다.
그러나 8개안 중 최핵심인 검찰의 6대 범죄 직접 수사 축소 범위를 놓고 여야간 심각한 밀당이 벌어졌다. 민주당에서는 축소범위를 기존 6개에서 2개까지, 국민의 힘 측에서는 3개 까지를 주장했다. 국민의 힘 입장에선 절반만 검찰수사권을 내주고 당초 '검수완박'을 '검수반박'으로 만들었다는 논리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국민의 힘측은 당초 3개서 2개로 양보하는 대신 핵심수사권인 부패와 경제 부분을 넣기로 민주당과 합의 했다. 또 박의장은 민주당 강성 검수완박파 의원들도 직접 만나 설득전을 벌였다고 한다.
박 의장은 이들에게 "과거 참여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개정을 추진할 때 150명의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서명했지만 일방적 강행으로 야당 반발이 커지면서 결국 무산됐다"며 "20년간 독소조항 하나도 못 고치고 있는 현실을 모르냐"며 엄중하게 꾸짖었다. 젊은 정치인들과 중진들에게 '하나를 내주고 하나를 얻는' 정치 기본을 되새긴 것이다.
이런 기본 합의가 완성되자 22일 오전 박의장은 여·야 의원총회에 앞서 "국회의장으로서 더 이상 카드는 없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의총에서 중재안이 무산될 경우, 법안자체를 상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여·야 의원들을 압박한 것이다.
국회의장 주재 양당 원내대표 회동 [사진 = 연합뉴스]
이에 따라 검찰개혁 법안은 민주당 단독강행과 국민의힘 필리버스터 저지 대신 여야 합의를 통한 처리라는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의회주의자임을 자처하는 박 의장답게 국회가 극한의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현안을 풀어낼 수 있도록 경륜을 발휘한 셈이다.여·야 원내대표들도 감사를 표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법정신과 형사사법체계의 근본을 흔들지 않는 범위내에서 부패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됐다"고 평가했다. 권 대표는 이번 중재안 협의에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일체 보고나 의견조율 없이 전권을 갖고 협상에 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배경에는 본인 역시 검사출신이면서 강원랜드 정치자금으로 수사도 받아보는 등 검찰수사권에 깊은 이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전언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강조한 만큼 이번에도 여야 중재에 적극 나서서 결론을 도출했다"며 박의장을 치켜세웠다.
[이지용 기자 / 정주원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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