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방역·백신 부작용 데이터를 모아 다음 팬더믹(코로나와 같은 세계적 감염병)에 대비할 겁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지난 18일 인수위 출범 한 달 기자간담회서 디지털플랫폼정부 청사진을 위와 같이 밝혔다. 디지털플랫폼정부란 AI(인공지능)을 통해 데이터를 분석해 국민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정부를 말한다. 통칭 '구글정부'라 불리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1호 공약이기도 하다.
구글정부를 만들기 위해 안 위원장은 미국 국가정보국(ODNI) 모델을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
ODNI란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 등이 정보를 제대로 교류하지 않아 2001년 9·11테러를 당했다는 문제의식 하에 지난 2005년 미국서 설립된 기관이다. CIA FBI를 비롯해 국토보안부, 해양경비정보부, 국가정찰국(NRO) 등 총 17개 정보기관을 통솔하는 최고 정보기관이다. ODNI의 수장인 국가정보국장(DNI)는 '정보 차르'라고 불린다. ODNI는 정부 어느 부처에 속하지 않고 대통령에 직보한다.
ODNI의 핵심은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사건 단위로 산하 정보기관의 정보를 한 데 모아 대응하고, 정보(데이터)를 축적해 새로운 정책을 기획하는 데에 있다. 부처간 칸막이를 없애면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테러리즘을 비롯한 안보위협에 대응하는게 골자다. ODNI 전문가인 윤태영 경남대 경호보안학과 교수는 "미국은 안보 분야에 최고 정보기관을 두고 있는 것"이라며 "보건의료 등 민간분야에 적용해도 의미 있는 시도일 것"이라고 밝혔다.
안 위원장이 '의료' 분야에 ODNI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시사하면서, 디지털플랫폼정부 제2의 팬더믹을 막는 등 의료 서비스 분야서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전망이다.
제2의 코로나가 생길 경우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식약처 심평원 등 각 부처 담당자의 데이터가 한 데 모이면서 유기적으로 대응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2 코로나를 확산시키지 않는 정책을 펼 수 있다. 수도권·비수도권 등 광범위하게 나뉘었던 방역도 보다 지역별로 세분화될 수도 있다. 안 위원장이 항상 강조한 '과학적 방역'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에 더해 데이터가 공유되고 축적되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던 '의료 마이데이터 사업'까지 나아갈 수 있다. 의료 마이데이터사업이란 개인이 정보 제공을 동의할 경우 병의원에 나의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 이를 통해 맞춤형 진단, AI 기반 건강검진 등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보건복지부 관련 과도 현재 디지털플랫폼정부TF에 합류해 있는 상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토론회서 디지털플랫폼정부에 대해 "기대감이 있으면서 한쪽으로 버즈워드(BuzzWord·명확한 합의나 정의가 없는 유행어)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며 "데이터 융복합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안 위원장이 '의료 분야'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만큼, 실생활 불편사항 개선을 넘어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 혁신(과학적 방역·AI 실시간 건강검진, 맞춤 진단 및 돌봄)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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