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될 경우 공정성 시비 더 심해질 것"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대해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언젠가 인터뷰를 통해서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다"고 말을 아낀 지 3일 만에 나온 입장입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오늘(14일) 뉴스 1과의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당선인은 수십 년 간 검찰에 재직했고 다수 검사와 인연을 맺고 있다. 눈빛만 봐도 금방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관계가 아닐까 싶다"며 "이런 상황에서 수사지휘권을 폐지한다고 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수사의 공정성이 담보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박 장관은 "오히려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됐기 때문에 투명하고 공식적으로 (수사의 공정성을) 검증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수사지휘권이라고 생각한다"며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 일선의 결정이나 수사 결과에 대해 검증할 방법도 없고, 공정성 시비가 더 심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검찰이 독립한다고 해서 수사가 공정해진다는 등식은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을 언급하며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사건의 내용과 관련한 지휘였지만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에 대한 지휘는 없었다. 저의 수사지휘 역시 사건의 내용에 대한 지휘가 아니라 절차적 지휘에 해당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발동 총 4번
더불어민주당 명예선대위원장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울산시 동구 대송농수산물시장 앞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사진 = 연합뉴스
법무부가 검찰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수단인 '수사지휘권'은 검찰청법 제 8조에 명시돼 있습니다.
수사지휘권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 이후 지금까지 총 4번 발동됐었는데, 지난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때 처음 발동됐으며 문재인 정부 시절에만 3차례 발동됐습니다. 추 전 장관 시절 2번, 현재 박 장관 시절 1번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을 상대로, '6.25는 통일 전쟁'이라고 발언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불구속 수사하라는 취지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바 있습니다.
이후 추 전 장관은 지난 2020년 7월 이동재 전 기자의 '강요미수' 사건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절차를 중단하라며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고, 10월에는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과 윤 총장 가족 의혹 사건의 수사 지휘에서 빠지라는 수사지휘권을 추가로 발동했습니다.
박 장관도 지난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과 관련해 재소자 김모 씨의 모해위증 혐의 여부와 기소 가능성을 재심의하라는 취지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했습니다.
윤석열 "법무부 장관은 정치인"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 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꽃다발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사법 분야 공약은 검찰의 정치 중립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후보 신분이었던 윤 당선인은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검찰 개혁은 인사권자와 권력자를 위한 검찰이 아니고 국민을 위한 검찰이 되라는 것"이라며 "이 정부처럼 이렇게 선도 없고, 이런 식으로 수사권이라는 것을 마치 혁명 도구처럼 쓰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정권은 처음 본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 2월 "법무부 장관의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데 이어 "법무 장관은 정치인이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는, 여러분들도 많이 보셨겠지만 악용될 수가 더 많다" 등의 발언을 하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강조해왔습니다.
아울러 지금까지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그 기준과 내용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웠다"고 주장하며 특히 추 전 장관을 향해서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는 '검찰 개악'을 초래했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더불어 검찰 총장의 예산 편성권 확보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서도 "검찰 예산 편성과 집행은 법무부를 통해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특수활동비 문제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예산 편성의 독립성 문제가 긍정적으로 검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시기상조라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윤석열·박범계 어떤 관계?
박 장관은 지난 2013년 11월 윤 당선인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관련 외압을 폭로했다가 징계를 받자, "윤석열 형! 형을 의로운 검사로 칭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과 검찰의 현실이 슬프다"는 페이스북 글을 적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는 당시 윤 검찰총장을 향해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며 "똑바로 앉으라"는 호통을 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초에는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하기 전까지 약 한 달 동안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으로 일하며 인사 문제로 갈등을 빚었습니다. 당시 박 장관은 윤 총장의 검찰 인사안을 패싱하고 휴일에 인사를 기습 발표했습니다.
한편, 박 장관은 지난 11일 "(사법연수원) 동기인데 축하의 말씀 드린다"면서 "우리 법에는 ‘독립성’이란 표현은 없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란 표현이 검찰청법 제일 처음에 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해석할 건지, 직제적으로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까지를 포함해 오랜 논란과 법철학적인 근거와 이유들이 있는데 전직 검찰총장께서 당선인 신분이 됐으니 이런 점을 연관해서, 법의 문구 그 자체 의미를 떠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정치적인, 또는 법조적이고 법리적인 여러 상황들과 결부해서 해석해야 할 것이고, 이건 당선인이 잘 알 것"이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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