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동시 접속자 수 17만명을 넘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의 양자토론을 두고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네거티브 공방에 지친 유권자들은 진지한 정책 토론에 '고품격'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환영했지만, 덕담만 주고받았다는 비판과 함께 대장동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이 후보의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김 후보와 정책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여 '중도보수' 표심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기회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선 후보가 지난 2일 오후 서울시 양천 목동 CBS에서 열리는 양자 정책토론회에 앞서 대화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후보와 김 후보는 2일 CBS '한판 승부' 주관으로 열린 양자토론에서 경제·정치·외교안보 등 3개 정책분야를 주제로 맞붙었다.두 후보는 네거티브성 공격 없이 발표한 공약을 중심으로 질의와 답변을 이어갔다. 특히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 지원과 정치개혁의 필요성, 외교 정책 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방역 정책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이 적다며 빠른 시간 내에 현실적인 추경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또 정치 개혁과 관련해서는 두 후보 모두 동일지역구 '3선 초과 금지'에 대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당장이라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외교안보와 관련해서는 '실용주의적 외교'에 뜻을 같이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날 선 지적은 오갔다.
김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부동산 대책', '가용 예산 범위 내 공약 이행 가능성',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입장' 등에 대해 물었다. 이에 이 후보는 충실히 답변했지만, 대장동 의혹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두 후보의 양자토론은 '고품격 토론'이라는 평과 함께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전날 오후 7시 30분 기준 토론회 유튜브 채널 동시접속자가 17만 7513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한 3일 오후 2시 30분 기준 두 후보의 토론 동영상 누적 조회 수는 28만회를 넘겼다.
이날 토론 생중계를 시청한 시청자들은 '매너있고 품격있는 토론'이라고 평했다. 이들은 "건전한 토론에 목말라서 왔는데 너무 좋다", "시간이 짧아서 아쉬울 지경", "우리나라와 국민을 걱정하는 두 후보의 정책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다" 등 긍정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토론회가 끝난 후 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두 후보가 정치적 비전을 쉽고 진심 있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았다"며 "국민께서 얼마나 대선 후보들에 대한 궁금증이 크고, '고품격 정책토론'에 목말라 있는지 알 수 있었다"며 흥행의 이유를 밝혔다.
왼쪽부터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사진 = 연합뉴스]
반면 "덕담만 주고 받는 수준에 그쳤다"는 비판과 함께 대장동 의혹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은 이 후보의 태도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장순칠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토론 내내 긴장감은 전혀 없고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지며 토론인지, 설 명절에 나누는 덕담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며 "토론을 지켜보신 국민들께서는 이 후보가 왜 윤석열 후보와 양자 토론을 억지 주장으로 무산시켰는지 확인하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건 이재명 후보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 대한 질문과 답인데 이를 밝히기 위한 근거자료나 반박논리는 눈을 씻고 보려야 볼 수가 없었다"며 "잘 짜인 각본에 따라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는 인상을 피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전체적인 토론의 흐름을 본다면 이 후보에게는 긍정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이날 매경닷컴과의 전화에서 "두 후보 모두 경제정책과 민생정책에서는 어느 대선 후보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가들"이라며 "4자 토론에서도 이 정도 수준을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동연 후보는 중도 보수 느낌이 강한데, 이 후보는 중도보수로 외연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며 "(양자토론을 통해)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보완해야 할 요소를 부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쉬운 대목은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문제, 김혜경씨 문제 등 답하기 어려운 점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해명했으면 좋았을 텐데 답하지 못해 아쉬웠다"며 "해명을 통해 국민 기대를 충족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3일 오후 열리는 4자 TV 토론회에 대해서는 "오늘(3일) 토론회는 어제의 양자토론과는 분위기가 상당히 다를 것"이라며 "어제보다는 좀 더 경쟁적이고 비난하고 약점을 파고드는 질문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여기에 이 후보가 말려들지 않고 화답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상파 3사가 공동 주최하는 대선 후보 4인의 TV토론은 3일 저녁 8시부터 10시까지 두 시간 동안 서울 여의도 KBS 스튜디오에서 진행된다. 사회는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가 맡는다. 이번 토론은 KBS, MBC, SBS가 동시 생중계한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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