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0일 오전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체를 발사했다. 지난 27일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인 지대지 전술유도탄(KN-23) 개량형 2발을 쏜 지 사흘만이자 새해 들어 7번째 무력시위다. 청와대는 약 1년만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고 안보 대응태세와 향후 전략을 점검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군은 오전 7시 52분경, 자강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현재 군은 추가발사에 대비하여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당국은 북측 미사일 발사를 탐지한지 5분만인 오전 7시 57분에 출입기자단에 이를 공지하고 발사체의 사거리와 고도, 속도, 제원 등을 정밀 분석 중이다.
북한은 이날 내륙 지역인 자강도 일대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다. 동해안 지역인 함흥 일대에서 시험발사를 했던 지난 27일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 셈이다. 북한이 이날 쏜 미사일이 앞서 시험했던 KN-23 개량형이나 KN-24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무기체계들은 요격을 피하기 위한 '풀업'(상하) 기동이 가능하다.
앞서 북한은 이 지역에서 '극초음속 미사일'이라고 주장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또 14일에는 평안북도 의주 일대 철로 위 열차에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또 17일에는 평양 순안비행장 일대에서 '북한판 에이태큼스'(ATACMS)로 불리는 KN-24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이어 25일에는 장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27일에는 KN-23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저각으로 발사했다.
북한은 이처럼 올해 들어 동계훈련 기간 중 다양한 미사일을 시험발사하며 신속성과 정확성, 탄두의 조종성 등을 향상시키려는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북한은 작년 9월에도 △11~12일 △15일 △28일 △30일 등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미사일 발사실험을 한 적도 있다. 새해 들어 줄기차게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미사일 무력시위가 전례없는 상황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만 이번에는 미국이 과거와는 달리 북한의 잇따른 유엔결의 위반을 문제삼아 대북 독자제재 대상을 추가하며 북미관계가 눈에 띄게 악화되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주재한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했던 (대미) 신뢰 구축 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미국이 제재 해제·완화를 포함한 대화에 미온적으로 일관하자 4년 이상 멈췄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 검토를 공언하고 나선 것이다.
당장은 북한은 다음 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4일)을 앞두고 미사일 무력시위의 수위를 조절할 가능성도 다분하다. 북한은 단기 간에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등 고강도 전략도발 카드를 꺼내들기 보다는 다양한 극초음속미사일과 다양한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전력을 시험하며 이를 김정은 위원장의 군사력 강화 성과로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 달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80회 생일과 4월 15일 김일성 주석 110회 생일 등 중요 행사가 이어지는 시점에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내세우며 내부를 단속하기 위해서는 손에 잡히는 성과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지속적으로 전향적인 입장으로 대황에 나서지 않는다면 북한이 과거처럼 인공위성 발사를 명목으로 한 사실상의 ICBM 시험발사를 강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중국으로서도 추가적 대북제재를 반대할 명분이 약해져 한반도 정세가 새 정부 초반부터 더욱 얼어붙게 될 공산이 크다.
북한으로서는 미·중 관계가 날로 악화되며 동북아 안보 정세에 발생한 '균열'을 최대한 활용해 군사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명백한 유엔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미국의 추가적 대북제재 요구를 사실상 막아서고 있다. 장기적 전쟁수행 능력과 2차 타격능력이 제한된 북한으로서는 비대칭 전력인 핵무기와 미사일 전력을 키우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마땅찮은 것도 사실이다.
이날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었다. 문 대통령이 NSC를 주재한 것은 지난해 1월 외교·통일·국방부 업무보고를 겸한 NSC 전체회의 이후 1년 만이다. 통상 청와대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국가안보실장 주재 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어 정부 대응책응 논의하고 입장을 발표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새해 들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계속되면서 경각심을 주는 차원에서 문대통령이 회의를 주재했다"고 설명했다.
[김성훈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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