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방이 사회전역으로 퍼지는 가운데 2021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도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졌다. 과학기술분야 예산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정부 예산안 방어에 전념하던 여당 의원들이 원자력 관련예산 심의에서만 갑자기 '공격수'로 돌변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 분야의 예산감액을 다룬 1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는 여당 의원들이 야당보다 먼저 정부 예산안을 공격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공격 대상은 4세대 소형원자로 연구개발 예산이다. 국회 과기정통위 전문위원은 일본에서 유사한 연구가 실패했던 것을 감안해 정부예산안을 감액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일본측 연구와 다른 연구라고 해명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먼저 공격적인 질문에 나섰다.
박재호 민주당 의원이 "사업 내용이 어떤 것인가? 일본에서는 실패하지 않았나?"라며 포문을 열었고, 위성곤 민주당 의원도 "4세대 원자로를 연구하는 나라가 어떤 곳들이 있나? 한국이 이미 뒤처졌는데 꼭 연구해야 하나?"라며 전문위원의 감액의견에 동조했다. 위 의원은 또 "(연구하는 원자로의 발전용량이) 100메가와트 급이면 엄청난 기술력을 필요로 하고 위험성도 높다. 2메가와트급의 소형으로 개별하는 게 낫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오전내내 예산안 삭감에 열을 올렸던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여당 의원들의 공격성 질문과 정부측 방어가 이어지는 동안 침묵을 지켰다.
과기부에서는 해당예산이 정부의 탈원전 기조와 역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는 데 진땀을 뺐다. 과기부 측은 "원전을 새로 짓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안전한 원자로를 개발해서 전세계 기술발전을 따라잡고, 수출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일본 실패사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도 "저희 방식은 안전하다"며 갑자기 "짓는 것은 돈이 많이 든다. 해외 수출 쪽으로 논의할 것"이라는 설명을 추가했다.
이같은 과기부의 해명에 힘입어 해당 예산은 정부 원안이 유지되는 것으로 예결소위에서 합의됐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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