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갈등을 겪고 있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선을 긋고,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과 함께 별도의 정치조직을 꾸린다. 안 대표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이른바 '야권혁신플랫폼'의 일환인데, 정당이 아닌 형태로 해 내년 재보궐 선거에서 '시민후보'도 배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9일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조만간 국민의힘 지도부와 별개로 몇몇 야당 의원들, 야권 인사들과 함께 야권연대 형식의 정치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면서 "여기서 국민의힘도, 국민의당도 아닌 당 밖의 인사 중 가능성 있는 사람들을 내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잠정 후보군으로 영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플랫폼에서 내는 후보는 개념적으로는 '시민후보'와 가장 비슷하다는 것이 권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권 원내대표는 특히 "재보궐 선거와 대선이 내년, 내후년에 있는데 후보군에 대한 논의와 제안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 조직이 재보선에 그치지 않고 대권 후보를 내는데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주말 사이 화제가 됐던 신당창당에 대해서는 "안철수 대표의 머리속에는 없다"면서 불가론을 밝히기도 했다.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인사들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야권연대 정치 플랫폼 조성인만큼 안 대표의 '야권연대'에 대해 "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같이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 대표 역할을 하고 있는 김 비대위원장이 워낙에 안철수식 연대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또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 출마에 대해서도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 두 사람 관계의 골은 깊다. 다만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안 대표와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는 뜻을 내비친 '反김종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등이 참여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장 의원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주장한 야권재편론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국민의힘 당세만으로 어려운 정국을 돌파하고 다가오는 보궐선거와 대선에서 승리하기 힘들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야권 전체는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오로지 혁신과 통합의 길로 나가야 할 때"라고 밝혔다. 다만 안철수-권은희 등으로 대변되는 야권연대 정치플랫폼은 이후 당대당 통합이나 국민의힘과의 야권 단일화 후보 선출 등의 기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안 대표의 이같은 정치플랫폼 구상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야권의 원외 인사들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를 염두에 둔 듯 "야권에 국민의힘이나 여기에 참여하기를 꺼리신 분들도 기꺼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구애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권 원내대표는 이같은 구상을 12일 안 대표에 보고하고 내주중 플랫폼 구성을 발표할 예정이다.
[박제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