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영화에나 나올법한 기적이 종종 있다고 하는데, 바로 내 인생이 기적같은 영화의 한 장면이고, '인생역전' 자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국 망명 전까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으로 근무한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어제(15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전날 화상으로 진행된 주영대사관 국감에 대한 소감을 남겼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 소속인 태 의원은 지난 2016년 8월 망명한 뒤 4년 만에 주영 한국대사관 직원들과 만났습니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은하 대사의 음성을 들으며, 대사 뒤에 앉아있는 주영 한국 대사관 직원들을 보는 순간 눈물이 나와 화면이 잠시 보이지 않았다"며 "시작 전부터 주영 대사관의 국정감사 때 감정을 통제해야 한다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다짐하였으나 막상 부딪치고 보니 감정 조절이 어려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4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북한 외교관으로서, 각종 외교 행사장들에 참가하며 한국 외교관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의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었는데, 오늘 이렇게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되어 한국 대사에게 질의를 하고있는 이 순간이 믿겨지지 않았다"고 털어놨습니다.
태 의원은 국감장에서 박 대사에게 최근 최일 북한 주영 대사를 자주 만나느냐고 물었고, 박 대사는 최근 코로나 때문에 만나는 행사가 없고 지난해에는 몇 번 만났으나 자신을 피해서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태 의원은 "런던의 북한 외교관들이 제가 국회의원이 된 것을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고 박 대사는 "네, 다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최일 주영 북한대사가 자신의 '대학 1년 후배'라고 소개하며 "대사님, 앞으로 그들을 만나시면 따뜻이 대해 주시라"며 "겉으로는 차 보여도 속마음은 따뜻한 친구들"이라고 전했습니다.
태 의원은 "박 대사와 대화를 하면서도 나의 탈북 사건 때문에 평양으로 소환되어 소식조차 알 길 없는 현학봉 대사와 후배들이 생각나 그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었다"라며 "궁금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박 대사와 밤이 새도록 마냥 이야기만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대사관 2인자인 태 의원의 망명으로 본국으로 송환됐던 현학봉 당시 주영 북한대사는 이후 거취 관련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상황입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페이스북
그는 "지난 12일에 있었던 주미·주유엔 대사들과의 질의와는 달리 주영대사관에 대한 국정감사는 전 기간 격려와 웃음, 따뜻한 말이 오가는 한 집안 형제들 사이의 대화 같았다"며 따뜻한 말이 오간 현장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이어 "국정감사가 끝나자 여당 의원들까지 나에게 다가와 박은하 대사와의 대화를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했다"며 "모든 국정감사가 이렇게 진행될 수는 없을까"라고 글을 마쳤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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