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열고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의 핵심인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북한 군 서열 2위인 박정천 총참모장에게 '군 원수' 칭호를 부여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장마, 태풍까지 겹치는 등 체제 위기 극복을 위해 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9차 정치국회의를 열고 리병철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에게 조선인민군 원수칭호를 수여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당과 인민의 크나큰 신임과 기대에 높은 사업실적으로 보답하기 바란다고 당부하시며 그들을 축하하셨다"고 설명했다.
군 원수는 일반 군인에게 부여되는 가장 높은 군사 칭호다. 원수-차수-대장-상장-중장-소장의 6단계로 구분되는 북한 인민군 장성 계급 체계에서 최고 정점에 해당한다. 북한 내 최고통치자, 즉 김씨 부자에게 부여돼온 '공화국 원수' 칭호와는 구분된다.
북한이 군 원수 칭호를 부여한 경우는 현재까지 김영춘, 리을설, 오진우, 최광, 현철해 등 5명뿐이었다. 이중 김영춘과 현철해가 김정은 집권 시기 군 원수 칭호를 받았으나 김영춘은 사망했고, 현철해 역시 현직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 군 수뇌부 중 리병철과 박정천만이 군 원수 칭호를 받게 되는 셈이다.
우리 군 중장에 해당하는 상장(별 셋)에서 단번에 군 원수로 오른 리병철에 대한 승진은 특히 파격적이라는 분석이다. 리병철은 지난 5월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 임명됐고, 석 달 뒤인 8월에는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당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단 5명뿐인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에 이름을 올리는 등 초고속 승진을 이어가고 있다. 리병철의 파격 승진은 북한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개발의 공로를 인정받는 한편, 김정은이 최근 들어 '핵전쟁 억지력 강화'를 천명하고 나선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국내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포병사령관을 지낸 박정천은 북한 내 최고 포병 전문가로 지난해부터 북한이 시험발사를 해오고 있는 초대형 방사포 등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4종세트' 개발의 주역으로 알려져있다.
이번 군 인사 승진은 김 위원장이 집권 초기부터 '노동당 우위'의 통치체제를 확립하고자 했던 점을 감안하면 특히 주목할 만하다. 당시 김 위원장은 군 고위간부들의 계급을 자주 변동하는 소위 '견장정치'로 군부 길들이기에 몰두해온 바 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난 심화,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식량난 등으로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어려워지자 다시 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조 위원은 "최근 수해 복구 작업에 군이 대규모 투입되고 있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한편 리병철이 리설주의 아버지, 즉 김 위원장의 장인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날 통일부는 "확인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연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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