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에 따라 우리 시중은행에 동결돼 있는 이란산 원유 수출대금을 놓고 한국과 이란 간 감정싸움이 격화되고 있다. 이란이 이와 관련해 "한미는 주종관계"라고 비난하자 정부는 21일 주한 이란 대사 초치로 맞대응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아주 유감스러운 보도"라며 "오늘 관련 당국자(고경석 아중동국장)가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해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앞서 19일 이란 반관영 매체 타스님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란) 대통령이 한국에 동결된 원유 수출대금을 돌려받기 위해 법적 절차를 사용하라고 최근 외무부에 지시했다"며 "외교적으로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주이란 한국대사를 초치하고 국제 법정에 소송해 이 채무를 갚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워싱턴과 서울은 주인과 하인의 관계다"라며 "한국이 미국의 일방적인 불법 제재에 복종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한국을 비난했다. 외교부는 사이드 샤베스타리 주한 이란 대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한미 관계를 주종 관계처럼 표현한 당국자 발언에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변인은 "이란 측은 양해를 구하고 그 발언이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님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지난 2010년부터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를 통해 이란산 원유 수입 대금을 지불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9월 미국 정부 제재에 의해 이 계좌는 동결된 상태다. 자금 규모는 70억 달러(약 8조3000억원) 가량으로 파악된다. 제재로 외화가 부족해진 이란 정부는 최근 지속적으로 한국에 계좌를 해제할 것을 요구해왔으나 정부는 제재 대열에서 이탈 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향후 이란 정부의 법적 대응으로는 국내 법원에 은행 소송, 국제사법재판소(ICJ) 소송,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등이 거론된다. ICJ는 관할권이 없어 이란이 소송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으면 재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국내 은행 소송이나 ISD의 경우에도 국제사회의 제재를 이행 중인 한국 정부에 정당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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