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를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지휘 수용과 거부 중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검찰이 '권한쟁의심판'이라는 우회로를 택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어제(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윤 총장에게 보고하기 위해 지난 3일 전국 고검장·지검장 회의에서 나온 논의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오늘(6일)까지 윤 총장에게 회의 내용을 보고할 예정입니다.
당시 회의에서는 윤 총장의 수사 지휘·감독 권한을 제한하면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도록 조치하라는 추미애 장관의 지휘에 위법 소지가 있어 재고(再考)를 요청해야 한다는 입장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청법에 '검찰총장이 검찰 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된 만큼 법무부 장관이 법에 규정된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건 위법이라는 주장입니다.
재지휘 요청은 '항명'으로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윤 총장이 이러한 선택을 할 경우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은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무부가 윤 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 등 징계 절차에 나설 수도 있습니다. 여권의 사퇴 압박 역시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수사 지휘를 그대로 수용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법조계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하는 것을 수용하면 앞으로도 장관이 검찰 수사에 구체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선례'를 남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지휘 수용과 거부 중 어느 쪽도 택하지 않고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통해 판단을 외부에 맡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권한쟁의심판이란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 권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 헌법재판소가 그 권한의 존부(存否)나 범위에 대해 심판하는 제도입니다. 헌재가 청구를 각하하지 않고 본안 심리에 들어가게 되면 180일 이내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를 판단하게 됩니다.
검찰 안팎의 공세로 '사면초가'에 처한 윤 총장으로서는 공을 제3의 기관인 헌재로 넘김으로써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습니다. 법무부로서도 윤 총장이 장관 지휘에 대한 명시적인 거부 입장을 밝힌 것이 아니어서 부담스러운 '검찰총장 감찰'이라는 카드를 꺼내지 않아도 됩니다.
헌재가 사안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는 동안 서울중앙지검의 수사가 진척돼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가 결정된다면 자연스레 논란도 종식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경우 윤 총장은 수사 지휘를 대검 부장 회의에 넘긴 후 관여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헌재가 이번 사태는 '기관 대 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기관 내 문제'이므로 권한쟁의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앞서 수사 지휘 등을 내리면서 검찰은 법무부의 '외청'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정부 기관 사이의 의견 차이를 협치를 통해 해결하지 못하고 사법적 판단으로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권한쟁의심판 청구도 윤 총장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인 것은 맞지만, 결코 최선의 선택은 아니다"라며 "양 기관이 소통을 통해 해결하거나, 행정부의 콘트롤타워인 청와대가 중재에 나서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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