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꿈틀 거리는 (통합당) 대선주자가 11월이면 등장할 것이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차기 통합당 대선주자와 관련해 "대선이 2022년 3월 9일인데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1년 반 정도 전인 11월에는 대통령 후보로서 자신을 선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언급한 '꿈틀꿈틀 거리는 대선주자'가 오는 11월 정치무대에 본격 등장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2일 출입기자단 오찬에서 "꿈틀 거리는 사람은 많을 수도 있다. 이름은 말 못하지먼 어떤 자격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는 확신이 있다"며 "통합당 비대위원장을 맡기 전 (대권 도전) 의향을 물어본 적이 있고, 그 인물도 의향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호남 출신은 아니다. 공직자 출신도 아니고, 이미 (대권에) 도전했던 사람도 아니다"라며 "통합당에 온 이후에는 연락한 적이 없지만 11월 근처에는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당 밖에서도 꿈틀꿈틀 거리는 사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에 오기 전에도 다음 대통령감이 어떤 사람일까 관심 있게 관찰하고, 가능성 있는 사람에게 권고도 해봤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김 위원장이 강조했던 대선주자 자격을 토대로 정치인 출신 1970년생 경제인 또는 고위 경제관료 출신 인사를 말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이날 오찬에서 김 위원장은 대선후보 자격으로 '국민을 먹여살리는 능력'을 1순위로 꼽았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내년부터 대선 전까지 경제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며 "당면과제를 잘 풀어야 한다. 결국 국민생활을 잘 풀 수 있는 (인물이 대선후보가 돼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4·15 총선은 통합당이 탄핵을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리니 힐책을 한 것"이라며 "통합당이 다시 나라를 운영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면 다음 대선에서 정권 창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본인의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가 60세만 됐어도 그런 생각을 했을텐데, 지금은 건강이 좋지만 갑자기 건강이 어떻게 될 지 모른다. 그런 무책임한 일은 못 한다"며 선을 그었다.
당 쇄신 작업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경제혁신특위는 7월 말, 정강정책특위는 8월 초면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며 "당명·당색 변경도 두 달 정도 있으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킹메이커' 구상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포함됐는지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전날 공개된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단숨에 전체 3위, 야권 1위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윤 총장은 검찰총장을 그만 둔 뒤 뜻이 있다고 하면 그 때 가서 봐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윤 총장이 추미애 법무장관 덕분에 지지도가 계속 오른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을 핍박받는 사람을 동정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꾸 저쪽(더불어민주당)에서 그러면 진짜 후보로 만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윤 총장에 대해 '일단 보류' 입장을 밝히면서도, 윤 총장만큼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도를 갖춘 인물에 대한 가능성을 차단하지 않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꿈틀 거리는 사람' '튀어나오라' 등 언급을 한 것이 윤 총장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김 위원장과 윤 총장의 인연도 주목할 만하다. 윤 총장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는 김 위원장이 가장 존경하는 선배로 꼽는 경제학계 원로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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