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5월 30일 문을 연 제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남기고 29일 임기를 마무리했다.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다당제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작했지만 4년 내내 충돌과 공전을 거듭했다. 20대 국회 임기 첫해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여야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후 2017년 치뤄진 조기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되자 뒤바뀐 여야의 정쟁이 한층 심화됐다.
특히 2018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이어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선 여야의 극한 대치로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동물국회'가 재연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소수정당, 이를 저지하려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뒤엉켜 육탄전을 벌인 것이다.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건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7년 만이었다.
결국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두 개혁법안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말 본회의에 상정됐다. 하지만 그 이후 과정에서도 여야 협치는 실종돼고 강대강 대치가 이어졌다. 한국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에 나섰고, 민주당은 임시국회 회기를 잘게 쪼개는 '살라미 전술'로 맞서면서 국회 내 긴장이 고조됐었다.
지난해 9∼10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면서 국회가 '조국 블랙홀'에 뺘져들기도 했다. 당시 의회정치는 완전히 실종됐고 여야는 각각 서초동과 광화문에서 광장정치를 펼치면서 국론이 심하게 분열됐다.
20대 국회는 법안 처리에서도 낙제점을 기록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에는 총 2만4141건의 법률안이 발의됐고, 이 중 9139건이 처리됐다. 법안처리율은 37.8%에 그쳤다. 이는 '역대 최악의 식물국회'로 불렸던 19대 국회 처리율 42.8%보다도 낮은 수치다. 18대(45.1%), 17대(50.2%)와도 격차가 크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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