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일 무기한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지난 9월 삭발을 감행한데 이어 추운 날씨에 단식을 선언하며 투사로 변신했다. 당초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하려고 했으나 천막 설치가 불허되자 국회 본청 계단앞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황대표의 요구사항은 한일군사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 철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포기,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 세가지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이 27일,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법안이 내달 3일 본회의에 부의되는 것을 저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황대표는 20일 총체적 국정실패를 비판하며 "죽기를 각오하겠다"고 밝혔다.
황대표가 비장한 각오를 보였지만 정치권 반응은 싸늘하다. "뜬금 없다" "정치공학적 행보다" "명분이 없다" 는 등 냉소적인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저항수단인 단식, 삭발 등은 국면전환용으로 이제 식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대표가 최근 불거진 리더십 논란을 덮기위해 단식이라는 위험한 카드를 뽑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공관병 갑질' 논란 당사자인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을 영입하려다 취소한데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인적쇄신을 요구하며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황대표가 리더십에 타격은 입은 건 사실이다. 공감능력이 없다는 지적도 여러차례 받았다. 최근 청년정책을 공유하겠다며 행사 일정을 청년들 대부분이 일터에 있는 평일 오후2시에 잡았다가 '노땅 정당'이라는 쓴소리를 듣기도 했다. 흔들리는 리더십을 회복하기위해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돌파구가 필요했던 것이다.
여야 정당은 일제히 황대표를 비판하고 나섰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21세기 정치인이 하지말아야 할 세가지로 삭발,단식, 의원직 사퇴를 꼽으며 자신의 SNS에 "제발 단식 하지말라"는 글을 올렸다. 박의원은 "이제 '당대표직 사퇴 카드'만 남게 됐다"며 "이런 방식의 제1야당으로는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당내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임박해진 것을 고려할때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옹호론도 있지만, 당 쇄신에 나서야 할 시점에 또 다시 장외투쟁을 구사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전략이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이젠 한국당이 국회에서 민생을 챙기는 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황대표의 단식투쟁이라는 승부수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삭발때 처럼 유약한 이미지를 벗고 강한 면모를 보여주는데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지층 결집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다.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면 득보다 실이 크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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