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안전보장'을 비핵화 대화의 목표로 명확히 규정했습니다.
청와대는 오늘(29일)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북 안전보장이 핵심이며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언급을 했으며, 이날 열린 한러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 발언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발언은 비핵화 협상에 임하는 김 위원장의 생각을 간명하면서도 압축적으로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이에 앞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역시 지난 27일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1일 방북한 시 주석에게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따른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외부환경이 개선되길 희망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습니다.
결국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전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로 경제분야 제재 해제가 필요하며, 동시에 북한체제에 대한 보장도 이뤄져 최종적으로는 '대북 안전보장'을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 김 위원장의 구상인 셈입니다.
'외부환경이 개선되길 희망한다', '상응조치가 필요하다' 등의 언급은 미국을 향해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촉구성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이처럼 자신의 구상을 한층 명료하게 제시하면서 이후 북미 간 협상이 재개될 경우 김 위원장의 생각과 미국이 요구하는 비핵화 조치 사이에서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리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더불어 문 대통령이 최근 연합뉴스 및 세계 6대 통신사와의 합동 서면인터뷰에서 '영변 핵시설 전부의 검증 하 완전 폐기'와 '제재의 부분·단계적 완화' 맞교환 카드를 제시한 것도 북미 간 간극을 좁히는 데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한편 일본 오사카(大阪)에서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비롯한 미·일·중·러 등 주요국들의 연쇄 회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의중'이 연이어 정상외교 테이블 위에 오르면서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인터뷰 언급대로 북미 대화 재개의 시기가 무르익은 것 아니냐는 기대감도 번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이나 시 주석을 통해 메시지를 드러낸 것 자체가 대화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비핵화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청와대가 27일 밝히기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 역시 시 주석에게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의 회담, 북미 친서 교환 등은 북미 대화의 모멘텀을 높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여기에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날 나란히 한국으로 입국, 조간만 비무장지대(DMZ)를 찾을 것으로 알려지며 이런 대화 분위기는 한층 고조되는 모습입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나는 일본을 떠나 (문 대통령과) 한국으로 떠날 것"이라며 "그곳에 있는 동안 북한 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에서 그를 만나 손을 잡고 인사(say Hello)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미 정상의 '깜짝 만남'이 성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제기됩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현재 확정된 것은 없다.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길 바라는 우리의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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