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직속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첫 토론회가 열린 18일, 나경원 원내대표 주도의 '릴레이 정책 의원총회' 첫 회의가 개최됐다. 주제도 경제문제로 겹쳤고 행사도 1시간 간격으로 개최돼, 다수 의원들이 의총 후 개최된 경제대전환위 토론회에 뒤늦게 참석했다. 그간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되 온 한국당 양대 수장의 '경쟁설'에 힘이 실리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9시 국회 본청에서 '릴레이 정책의원총회'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의 주제는 '정책 경제실정 긴급점검: 추경의 문제점과 실태'였다. 이날 의총에는 '경제통'인 김광림 최고위원,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 송언석·김종석 의원이 추경안에 대해 분석·비판했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의총에서 "(정책의총은)릴레이로 계속 진행될 텐데, 주로 경제 관련해서 해 보자고 하는 게 원내대표의 뜻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한시간 뒤인 오전 10시에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2020 경제대전환위원회' 첫 토론회가 시작됐다. 황교안 대표는 전날에는 의총에 참석했지만, 이날은 정책의총에 참석하지 않고 이 토론회를 첫 공식일정으로 삼았다. 이 토론회 좌장은 바로 직전 의총에서 발표를 한 김광림 최고위원이 맡았다. 토론회가 시작될 때까지 의총이 미처 끝나지 않은터라, 의원 10여명은 10시를 전후로 의총 중간에 이석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 정용기 정책위의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원내3인방' 전원은 10시20분께 의총이 끝날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나 원내대표가 의총을 마친 후 뒤늦게 경제대전환위 토론회장에 도착했을때, 황 대표는 이미 자리를 뜬 후였다. 나 원내대표는 짧게 인사말만 하고 5분여만에 행사장을 나왔다.
경제대전환위원회는 황 대표가 민생투쟁 대장정을 통해 청취한 건의사항들을 정책으로 만들기 위해 당대표 직속으로 구성한 기구다. 결과적으로 정책의총 행사로 인해 이 위원회의 첫 공식일정에 힘이 빠진 셈이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경쟁구도' 관측에는 선을 그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 후 매일경제와 만나 "경제전환위원회는 (황교안)대표님이 앞으로 경제정책에 대한 큰 흐름을 (잡는) 이런거고, (의총)이것은 추경이다. (정책의총에서는)6월국회 중점법안과 추경의 전체적인 방향을 다룬다"면서 "내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이번 두 행사를 두고 '의혹'을 제기한 출입기자들이 몇 있다"고 밝혔다. 한 중진 의원은 "아침에 비슷한 내용의 경제 관련 행사가 두개 였는데,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미묘한 경쟁은 그간 계속 감지돼 왔다. 지난 11일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창립기념 행사에서는 둘 사이에서 공천과 관련한 '뼈 있는 농담'이 나왔다. 나 원내대표가 "여성 공천 30% 의무규정으로 확실히 바꾸도록 하겠다. 제가 원내대표가 됐으니 그것을 하는 게 제 책무"라고 밝히자 황 대표는 뒤이은 축사에서 "아까 우리 당 원내대표가 '여성 (공천비율) 30% 공언'을 했는데 저랑 얘기한 게 아니다. 마음대로 한거다"라고 대응한 것이다. 황 대표는 "그런데 저도 (나 원내대표 말에)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덧붙이며 이를 가벼운 농담으로 바꿨지만, '언중유골'이라는 해석이 제기되는 발언이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황교안 대표는 정치 경험이 적은 원외 인사고, 나경원 원내대표는 친박근혜계 지지로 당선됐지만 지금 그 사이가 좋다고 하긴 어렵다"면서 "현재 둘 다 정치적으로 안정적이라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윤식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