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4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 내홍을 수습할 혁신위원회 구성 등을 논의했지만 손학규 대표 퇴진을 반대하는 당권파와 퇴진을 요구하는 사퇴파 간 설전이 벌어지며 감정 대립이 그대로 표출됐다. 이 과정에서 당내 최다선(5선)인 정병국 의원은 서류를 책상 위에 던지고 퇴장하는 등 감정의 골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하태경 최고위원에 대한 당 윤리위원회 징계절차 착수를 놓고 또 다시 둘로 나뉘어 충돌했다. 손 대표를 비롯한 당권파는 하 최고위원에 대한 '일벌백계'를 주장했지만, 바른정당계를 중심으로 한 사퇴파는 "윤리위가 편파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강하게 맞섰다. 하 최고위원은 지난달 22일 임시 최고위원회의에서 손 대표를 향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말했다가 당 윤리위에 제소됐다.
손 대표 측근인 이찬열 의원은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하 최고위원의 어르신 폄하 발언은 도를 넘는 막말"이라며 "그간 당내 회의에서 나온 인격 살인성 막말은 기가 막힐 지경이고, 저는 당원 한 사람으로서 이번 사안을 단호하게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발언을 마치기 무섭게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집단 반발했다. 특히 윤리위가 하 최고위원과는 달리 이 의원의 "유승민 의원은 꼭두각시 데리고 한국당으로 돌아가라"는 발언은 징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편파성 시비가 붙었다. 이혜훈 의원은 "이 의원은 징계 면제돼야 하고 하 최고위원은 징계돼야 한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하 최고위원의 발언이 좋은 말은 아니지만 해당행위로는 볼 수 없고, 본인 스스로 세 번이나 진정성 있는 사과도 했다"고 강조했다.
이찬열·이혜훈 의원은 지난 4월 말 패스트트랙 지정 강행 당시 김관영 전 원내대표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 조치와 관련해서도 진실공방을 재차 이어갔다. 두 의원의 말다툼이 계속 되자 당내 최다선인 정병국 의원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원총회장에서 퇴장했다.
이후 약 1시간 40분 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안철수계 일부 의원들이 제안한 '정병국 혁신위원회'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으나 합의는 불발됐다. '안철수·유승민계 연합군'은 의원총회에 참석한 손 대표를 향해 정병국 혁신위원회 설치를 수용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에서 "다수 의원이 혁신위 설치 필요성에 공감했다"며 "손 대표도 혁신위 필요성에 공감했고 '정병국 혁신위' 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혁신위는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내주 월요일 의원 연찬회에서 합의를 하는 과정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재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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