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다음달 3일로 끝나는 미국의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적 허용 조치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1일 전했다. 이란산 콘덴세이트(초경질유)를 수입하는 한국 석유화학 업체들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한미 간 협상 상황에 밝은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이란산 석유에 대해서 완전히 손을 보라는 지시가 미국 최고위층에서 내려왔다고 한다"며 "(미국 협상팀에서) 한국에서 재고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최고위층이라 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11월 미국이 이란핵합의(JCPOA) 탈퇴에 따라 제재를 복원하자 180일 간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면제 조항에 합의했다. 당시 협상팀은 한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감축하면 예외연장이 이뤄지도록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대이란 제재에도 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이란 내부에서 제재 효과가 나타나는 징후가 포착되자 미국에서 보다 강력하게 이란을 압박하기로 노선을 변경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자는 "예외를 인정받는 국가의 숫자가 줄고, 예외를 인정받더라도 허용되는 수입 물량도 크게 축소될 것"이라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 석유화학 업체들의 설비는 이란산 콘덴세이트에 최적화돼 있다. 원유를 정제해 얻는 나프타가 대체재로 꼽히지만 비용이 많이 들어가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에서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수입하는 업체중 89%가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져 있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한국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과 지난 8일에 걸쳐 윤강현 외교부 경제외교조정관을 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워싱턴에 보내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적 허용 조치를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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