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에서 '연좌제' 성격의 집단 가혹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시민단체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육사 2~4학년 생도 약 900명은 1~4일 나흘간 오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무장(장비 중량 13kg)을 하고 연병장을 돈다.
이 야간구보는 지난달 27일 특별 외박을 나간 2학년 생도 4명의 음주가 발각된데 따른 것으로, 당시 술을 마신 생도 1명이 귀가 중 택시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이들은 고등학교를 방문해 사관학교 입시를 설명하는 공무 출장 중이었다.
사고 발생 후 일부 생도의 음주를 이유로 2~4학년 전체 생도가 연대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야간 구보를 하게 되면서 문제가 제기됐다.
지휘 생도는 생도 단체채팅방에서 "반성과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며 "지휘근무 생도들이 잘 이해시키고 껴안고 가기를 바란다"고 공지했다.
그러면서 "XX기(음주가 발각된 사관생도 기수)를 미워하지 말고 더 보듬으라"며 "생도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니만큼 훈육 요원(간부)들은 가급적 눈에 띄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이 행위를 생도들의 자발적 훈련인 것처럼 강조하지만, 사실상 훈육관들의 지시가 내려졌을 것이라며 "잘못이 있다면 해당 생도를 절차에 따라 처분해야지 전체에게 부당한 '얼차려'를 내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야간구보 후 다수의 생도가 부당한 가혹 행위라며 군인권센터에 해당 사실을 제보했다.
군인권센터는 육군사관학교가 생도들의 휴식권을 침해하고, 가혹 행위를 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육군 측 관계자는 "자치근무 생도들이 자체 계획한 것"이라며 "학교 측 지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최서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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