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9일 인도네시아에서 양국 경제인들과 만나 자동차분야 교역과 투자확대를 위한 협의를 시작하자고 전격 제안했다. 일차적으로 CKD(complete knock-down·반조립제품)방식으로 인도네시아 투자를 검토하고 나아가 부품업체와의 동반진출을 검토하는 현대차를 통해 양국간 보다 긴밀한 경제협력 구상을 밝혔다. 곧바로 이어진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같은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또한 양국은 철강·화학 등 기간산업, 방위산업, 교통, 에너지, 수자원관리, 공공주택, 스마트 정보통신 등으로 협력범위를 넓혀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인니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특별히 협력을 강화하고 싶은 분야가 자동차산업"이라며 "한국은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이고, 세계 최고 수준의 가격 품질 경쟁력과 우수한 부품망을 보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정부가 아세안 최대의 자동차 생산·수출국이라는 야심찬 비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린다"며 자동차 세일즈에 적극 나섰다.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하지만 전체 90%이상 자동차가 일본 제품일 정도로 쏠림현상이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계기로 양국 정부가 자동차 산업 협력 강화를 위한 협의를 시작하고 전면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CJ 회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정진행 현대차 사장, 김교현 롯데케미칼 사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최광호 한화건설 사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국내 80여개 기업·기관 인사들이 참석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로산 로슬라니 리캐피탈 그룹 회장, 신따 깜다니 신테사 그룹 회장, 마스 위그란또로 로스띠야디 크라카타우철강 회장, 프랭키 웰리랑 살림그룹 인도푸드대표, 까이룰 딴중 CT 그룹 회장, 프랭키 위자야 시나르마스 그룹 스마트프렌 사장 등 100여개 기업 인사들이 참석했다. 양국 기업인은 모두 350명에 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인도네시아와 교역확대 수준을 넘어 아세안과 세계시장을 함께 개척하는 동반자가 되자"고 손내밀었다. 그러면서 한국정부가 준비한 △경제협력 틀 복원 △협력분야 다각화 △기간산업 협력 강화 △사람중심 협력 △중소·중견기업 협력사업 △교역구조 전환 등 6가지 중점 협력과제를 내놨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제조업과 자원개발 분야를 넘어 4차 산업혁명, 방위산업, 환경산업, 교통, 보건 등 미래 전략분야로 확대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방위산업분야는 차세대 전투기 공동개발사업(KFX/IFX) 추진, 잠수함 건조 등 양국 경제협력의 새 장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기업의 투자가 경공업에서 중화학 공업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더 속도를 내겠다"며 "현재 한국 포스코와 국영 크라카타우 스틸 합작으로 추진되고 있는 제철소 증설과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이 좋은 사례"라고 손꼽았다.
문 대통령은 "양국간 교역액을 2022년까지 300억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500억달러 이상을 목표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 정부와 기업들은 총 14건의 경제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특히 자카르타 경전철 2~3단계 건설, 상수도, 수력발전소, 공공주택 17만호, 리도 신도시 등 국토교통부의 인프라 프로젝트에서만 약 20억달러 규모 수주 MOU가 이뤄졌다.
문 대통령은 한·아세안 미래공동체 구상을 담은 '신남방정책'도 발표했다. 이는 동북아경제협력을 통해 외교무대를 넓히는 문 대통령의 '신북방정책'과 맞닿아 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과 한국의 관계를 한반도 주변 4대국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저의 목표"라며 "한국 정부는 아세안과의 협력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신남방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는 상품교역 중심이었던 관계에서 기술·문화예술·인적 교류로 확대하고, 교통·에너지·수자원 관리·스마트 정보통신 등 아세안 국가에 꼭 필요한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뜻한다.
문 대통령은 "양측 국민의 삶을 잇는 인적교류 활성화는 모든 협력을 뒷받침해주는 튼튼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사람과 사람,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사람(People) 공동체', 안보협력을 통해 아시아 평화에 기여하는 '평화(Peace)공동체', 호혜적 경제협력을 통해 함께 잘사는 '상생번영(Prosperity) 공동체'등 '3P 전략'구상을 밝혔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순방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이니셜이 VIP인데, 동남아시아의 허리국가"라며 "인도네시아부터 신남방정책 시동이 걸리고 내년 봄 인도, 내년 이 시점에 다른 3개국 아세안 국가를 방문할 예정이기에 문 대통령의 아세안 구상, 아세안 독트린이 완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카르타 = 강계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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