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북한 해커들에 의해 유출된 한미 군사기밀 세부사항을 공개한 것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국익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 11일 국정감사 대응 전략을 논의하는 회의 석상에서 "미국 언론들이 이 의원의 폭로에 대해 우려 섞인 보도를 하고 있다"며 "이런 파급 효과가 분명히 미리 검증됐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한미동맹 등 국익과 관련된 부분을 공표하는 문제는 최소한 우리 당 차원에서 판단할 기회를 거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 회의에 참석한 다른 의원은 "이 의원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미국과의 관계도 있으므로 북한 해킹 문제를 일부러 덩치를 키우거나 확장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이 의원이 지난해 9월 국방통합데이터센터가 북한인 추정 해커들에 의해 해킹당했을 때 북한 전쟁 지도부에 대한 '참수작전'이 포함된 '작전계획 5015' 등 군사기밀 자료 295건이 유출됐다는 사실을 한 국내 언론에 제보하면서 제기된 것입니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이 의원은 직접 국방부 관계자의 대면 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해킹 당시 한미연합사령관에 대한 현황 보고, 한미 주요 지휘관에 대한 업무 보고 등의 미군 관련 자료도 함께 유출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의원의 폭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미국 쪽이었습니다.
로버트 매닝 미 국방부 대변인은 현지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언론 보도 내용은 알고 있다"면서도 북한의 해킹 여부에 대해서조차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매닝 대변인의 이 같은 반응은 어떤 기밀이 유출됐다는 사실 자체가 기밀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해석됐습니다.
매닝 대변인은 다만 "한미 작전계획의 보안과 북한 위협에 대한 대응 능력을 자신한다"며 "한미동맹을 통해 작전계획을 확실히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뉴욕타임스와 CNN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로 한껏 고조된 한반도 위기를 거론하면서 이 의원의 폭로를 주제로 한 우려 섞인 보도를 종일 주요 기사로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그동안 국방부가 감춰온 사실을 국감을 통해 드러낸 것은 잘한 일"이라면서도 "집권 여당에서 이를 조심스럽게 다루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지난 12일 열린 국방위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북한 해킹 사실을 주로 언급한 것은 보수야당 의원들이었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해 오히려 공격을 받았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이 문제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원내 지도부가 이 의원에게 공식으로 자제를 요청하지는 않았다"며 "당시 회의에 20여 명이 참석한 만큼 보좌진이나 전문위원 등을 통해 국방위 소속 의원들에게 안팎의 우려가 전달됐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MBN 뉴스센터 / mbnreporter01@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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