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예측불가한 도발 드라이브가 계속되면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했던 남북관계 복원이 갈수록 꼬이고 있다.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거듭된 '도발 중단' 요구에 29일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협상보다는 핵·미사일 고도화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김정은 정권의 목표는 핵미사일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라며 "그 이후에 전략적 지위를 가지고 협상하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거듭된 당국회담 제안과 이산가족 상봉 방안을 사실상 거부했고, 지난 7월 6일 문 대통령이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에 대해서도 답이 없다. 북한과의 대화채널 가동과 인적·물적 교류 사업을 통해 남북간 화해분위기 조성은 물론 북한 비핵화 논의 등 현안 논의의 틀을 만들어가려던 정부 당국의 구상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에 따라 '베를린 구상'으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시험대에 놓인 셈이다. 특히 정부는 '제재·대화' 투트랙 기조를 유지하더라도 당분간은 제재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자신들의 핵 능력을 입증함으로써 비핵화 대화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들고, 1차적으로 핵 동결과 제재 해제를 교환하기 위한 행보로 읽힌다"고 말했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사안에는 운전석에 앉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정부 당국자는 "상황이 굉장히 엄중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제재와 대화의 병행 기조가 달라지지는 않겠지만, 당분간은 제재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향후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 완료시까지 기술적 신뢰도 제고를 위한 시험발사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북관계는 당분간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했다.
정부는 당초 UFG 훈련과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까지 북한이 도발을 자제한다면 대화 분위기가 상당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바탕으로 10·4 공동선언 10주년을 계기로 한 민간차원의 남북공동행사와 이산가족상봉 등을 통해 분위기를 띄운 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등을 통해 본격적인 남북화해·협력 국면으로 전환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관계자는 "현재로선 서두르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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