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신임 검찰총장은 2일 국회를 찾아 정세균 국회의장과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전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를 내방한 데 이어 이틀째 국회를 찾은 것이다. 문 총장은 3일에는 이정미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나기로 했고 휴가중인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는 따로 일정을 잡기로 했다.
여야 대표 중 문 총장의 국회 예방 일정표에 빠진 사람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유일하다. 문 총장은 아직까지 홍 대표 방문 계획만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두고 국회와 검찰 주변에서는 "문 총장이 홍 대표를 '패싱'(passing)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는 문 총장의 의지가 적극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총수로서 아직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형사 사건의 피의자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문 총장은 홍 대표를 직접 기소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문 총장은 지난 2015년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을 맡아, 당시 경남지사였던 홍 대표를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홍 대표는 이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유죄,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왔다.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 내부에서도 "아직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문 총장이 형사사건의 피의자인 홍 대표를 찾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개인적으로 검찰 선후배이자 고려대 법대 선후배인 홍준표 대표와 문무일 총장의 악연은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문무일 총장이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이광재 전 강원지사 등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측근비리를 수사하는 특검팀에 파견됐을 때인 지난 2004년 1∼3월 당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던 홍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측의 정치자금 증거물이라면 100억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를 들고 특검 사무실을 찾았다. 당시 특검팀은 홍 대표를 참고인으로 조사했으나 홍 대표가 들고온 CD가 위조된 CD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앞으로 이런 제보는 하지 마시라"고 돌려 보냈다는 후문이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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