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18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맞춰 미국 본토까지 핵탄두를 날릴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실험을 실시했다. 미국의 강도 높은 대북 압박에 맞서 ICBM 발사 등 대형 도발을 예고하면서 북미 양측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도 아래 서해 위성발사장(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장거리미사일 발사장)에서 대출력 발동기(고출력 엔진) 지상분출시험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북한이 공개한 고출력 엔진은 사거리 5500㎞ 이상의 ICBM 엔진인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또한 노동신문도 엔진 연소시험 장면이 담긴 몇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속 엔진과 시험장치의 모습은 작년 9월 북한이 공개한 '신형 정지위성 운반 로켓용 대출력 발동기 분출시험'과 유사했다. 당시 북한은 엔진 추진력이 80tf(톤포스: 80t 중량을 밀어올리는 추력)로 측정됐고 연소 시간은 200초라고 주장했다. ICBM 엔진은 미사일 상승 단계에서 180∼300초 동안 연소 작용을 한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추진력 80tf의 엔진 4개를 묶어 ICBM 1단 추진체를 만들면 미국 본토까지 날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관련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엔진 불기둥 색이 더 선명해졌다. 엔진에 사용된 액체연료 혹은 엔진 자체의 효율성이 향상된 증거일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연료통이 작아져 ICBM을 이동식 발사 미사일로 만들기 쉬워진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엔진실험 날짜로 18일을 택일한 것은 미국의 대북 압박에 맞서려는 조치로 보인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17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이어 18일 미중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한 단호한 대응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북한이 ICBM 엔진 개발에 속도를 냄에 따라 ICBM 시험발사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다음달 15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과 25일 군 창건 85주년을 맞아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북한이 핵무기와 수소폭탄 제작에 핵심적 물질인 리튬-6을 함경남도 흥남화학단지에서 생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워싱턴DC의 민간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는 17일(현지시간) 펴낸 '북한 리튬-6 생산'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리튬-6은 핵무기에 중성자를 집어넣을 때 필요한 삼중수소를 생산하는 데 쓰이며, 농축 정도에 따라 수소폭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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