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은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상황에 대비해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박근혜 대통령의 권한행사가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총리실은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당시 권한대행을 한 고건 전 총리의 행보를 적극 참고하고 있다. 총리실은 권한대행 체제 출범에 대비해 새로운 팀을 꾸리거나 매뉴얼을 만들기보다는 각 부서에서 소관 분야별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될 황교안 총리의 행보는 2004년 고건 당시 권한대행 체제와 거의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총리실은 9일 황 총리의 외부 일정을 잡지 않고, 국회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황 총리는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북핵 문제를 비롯한 안보와 치안 분야를 우선적으로 점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건 전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의결된 후 국방·외교·경제를 챙기면서 국정 운영의 안전성과 일관성 유지에 초점을 뒀다. 고 전 총리의 회고록에 따르면 고 전 총리는 당시 대통령 일정을 수행 중이던 조용길 국방부 장관을 대신해 유보선 국방부 차관에게 전화해 ‘전국 지휘 경계령’ 발동을 지시했고,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에게는 “대한민국 정부의 외교·안보·경제정책에는 추호의 변화도 없다”는 메시지를 각국 대사에게 전달토록 주문했다. 또한 허성관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전국 경찰의 경계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총리실은 또 탄핵소추안 의결 시 고 전 총리의 전례에 따라 대국민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출범한 만큼 국민에게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국정을 이끌어갈지 밝힐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고 전 총리는 탄핵소추안이 의결되자 2시간 뒤에 간략하게 총리실의 입장을 밝혔고, 다음 날 오전 “국가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황 총리도 고 전 총리처럼 ‘낮은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고 전 총리는 헌법재판소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 기각을 발표할 때까지 청와대를 출입한 것은 신임 주한 대사들로부터 신임장을 제정 받을 때 단 한 차례뿐이었다. 당시 고 전 총리를 수행했던 정부 관계자는 “고 전 총리는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도 주재하지 않았다. 주로 총리실에 머물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최소한의 업무만 보셨다”고 전했다.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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