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 스캔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6일(이하 현지시간) AP통신의 보도를 인용해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정치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정부인사가 아닌 미스테리한 여성(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고치고 국가 기밀까지 접근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한국 사회에 엄청난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연설문 사전유출을 시인 한 것은 아주 거대한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최씨가 뒤에서 국정에 더 깊이 관여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의 사과문은 국민을 더 분노하게 만들었다”며 “박 대통령은 투명하게 국정을 운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 장기적으로 지속될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대국민사과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뉴욕타임스는 “가혹한 힘을 행사한 정치 스타일의 독재자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 즉 박 대통령의 아버지와 박 대통령이 닮아있다는 목소리도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24일 박 대통령이 최순실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25%로 추락하는 등 정치적 궁지에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최근 한국 언론들은 박 대통령과 최측근인 안종범과의 관계를 이용해 거대 기업들로부터 대규모 기금을 조성한 최씨를 ‘라스푸틴’으로 묘사했다”고 보도했다.
라스푸틴은 황후를 조종해 러시아의 마지막 황족인 로마노프 왕조가 망하는 데 일조한 승려다.
대부분 외신은 대국민사과문에 주요한 내용들이 들어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미국 LA타임스는 26일 “박 대통령은 최순실의 재단 비리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물의를 빚은 점만 사과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민들은 ‘사과문이 영혼이 없으며 형식적’이라며 조롱하기 시작했다”며 “최씨와의 관계가 ‘순수한 마음’에 의한 것이었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진실한 마음을 가장하기 위한 상술’이라는 비난이 뒤따른다”고 보도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자신의 정책 논의가 위협받기 전에 해당 이슈를 덮으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LA 타임스는 평가했다.
또 “최씨가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수백만 달러의 기부금을 걷었고 수상한 재단을 설립해 개인 현금인출기(ATM)처럼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AP통신도 이날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로부터 도움을 받았으며 이를 중도에 그만뒀다고 밝혔지만, 그 시점이 언제인지는 말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26일 박 대통령이 취임 전 아베 신조 일본 총리 특사를 접견할 당시의 관련 문건이 최씨에게 전달된 의혹이 제기됐다며 “최씨가 박 대통령의 대일외교에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련의 의혹으로 박 대통령의 레임덕은 피할 수 없으며, 여파는 외교면으로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박 대통령이 최씨의 전남편 정윤회 씨와의 애정 관계 의혹을 보도해 논란이 됐던 일본 산케이신문은 이날 이번 사태에 대해 “전대미문의 불상사”라고 표현하면서 “국민과의 의사소통 부족으로 비판받던 박 대통령을 대변하는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디지털뉴스국 박소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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