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차기 대권 후보 중 한명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연일 ‘모병제 도입’을 주장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 모병제 찬성론자인 남 지사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모병제희망모임’에 참석해 내년 대선 공략으로 모병제 도입을 내세우겠다고 밝힌 뒤 하루도 빠짐없이 모병제 이슈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남 지사는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병제는 정의롭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모병제는 ‘공정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지름길이다. 모병제에는 ‘병역비리’가 없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바로 전날인 지난 10일에도 페이스북에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위협을 막기 위해서는 모병제 도입이 답이다”라고 주장한바 있다. 남 지사는 글을 통해 “모병제가 도입되면 누구나 자유의사에 따라 입대 여부를 결정하고 군에 가지 않을 자유가 생긴다”며 “모병제에선 군대가 더 이상 끌려가는 곳이 아니고, 나라도 지키고 돈도 벌고 자기계발도 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된다”고 강조했다.
남 지사가 모병제가 정의롭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유승민 의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이 지난 7일 한림대학교 특강에서 “모병제는 정의롭지 않다”며 모병제 도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에 남 지사는 유 의원에 모병제 도입과 정의에 대한 공개 토론을 제안했으나 유 의원이 응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 지사는 SNS를 통해 꾸준히 모병제를 언급하며 여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권에선 남 지사가 대선을 1년 3개월가량 앞둔 이른 시점이지만 모병제 의제 선점을 통해 대권 기선제압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내 뚜렷한 유력 후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조기에 대중의 관심을 받아 주목도를 높여 ‘대선 후보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개헌, 증세, 복지 등 굵직 굵직한 의제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미 이뤄진만큼 상대적으로 낯선 모병제 도입에 대한 주도권을 거머쥐겠다는 전략도 내포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모병제 도입에 대한 대중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데다 유 의원을 겨냥한 발언들이 라이벌을 의식한 무리수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CBS 의뢰로 리얼미터가 지난 8일 발표한 여론조사(전체 응답자 538명) 결과 국민의 61%는 여전히 징병제 유지를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모병제 전환 지지율은 27%로 징병제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국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모병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만큼 남 지사의 승부수는 아직까진 ‘무리수’라는 평가다”며 “내년 대선에서 모병제 이슈가 큰 화두로 제시되기엔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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