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선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공영방송의 주도권을 노리는 야당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은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김성수 더민주 의원 주도로 ‘민주적 여론 형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토론회를 개최하고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변재일 더민주 정책위의장 등 야권 지도부들이 총출동 했다. 더민주 신경민·박홍근·문미옥 의원,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울산 노동계 출신 무소속 윤종오 의원 등 야권 주요 인사들이 총망라돼 ‘범야권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MBC 보도국장 출신의 김성수 더민주 의원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영방송 정상화 첫발을 반드시 올해 안에 내디뎌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시작하게 됐다”면서 내년 대선에 대비한 행보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도 “권력을 쥔 쪽에서 공영방송 이사회를 지배하면서 눈치도 안 보고 제 멋대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이 문제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영방송 주도권을 놓고 정부·여당과 일전을 벌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날 김성수 의원은 KBS, MBC, EBS 사장 및 이사선임과 관련이 있는 방송법,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등 방송 관련 4개 법안 개정안 초안을 제시했다. 이들 3개 방송사의 이사 선임과 관련해 현행 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권을 국회로 이관하되 여당이 7명, 야당이 6명을 각각 추천하도록 했다. 여당 몫 이사가 1명 더 많은 데 대해 김 의원은 “새누리당과의 협상을 염두에 두고 여당 몫을 더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는 15인 이내의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사장 선임 절차에서는 재직이사 3분의 2이상이 찬성해야 의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명문화했다. 13명의 이사 가운데 9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여당의 독자적인 사장 선임이 불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사회 회의의 속기록 또는 녹음기록, 영상녹화 기록 작성과 보존을 의무화하고 회의 비공개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해 이사회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밖에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보도채널의 경우 방송사업자 추천 5명, 취재·제작·편성부문 종사자 대표 추천 5명 등 10명으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도록 의무화했다. 편성위원회에서 방송편성책임자와 시청자위원회 위원도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권한이 대폭 강화되도록 했다. 편성위원회의 권한 강화를 통해 회사 측의 영향력을 최대한 배제하고, 일선 기자·PD 직군의 영향력 극대화를 꾀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영방송 뿐 아니라 공적 성격이 있는 모든 매체의 지배구조에 대한 야당의 영향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는 “KBS·MBC·EBS 3개 방송사 외에도 각 지방MBC, 연합뉴스, 연합뉴스TV, YTN, 아리랑TV 등 공적 성격이 있는 매체의 지배구조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공영방송을 포함한 다수 매체의 경영과 편성에서 야당의 영향력을 증대하고 일선 기자·PD들의 입김이 세지도록 해 대선 정국에서 야당에 유리한 언론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야3당은 추가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주 중 방송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더민주 간사인 박홍근 의원은 “언론 종사자·전문가·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주에는 공식 발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20대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야당이 양대 공영방송에 대해 ‘청문회 개최’, ‘영업기밀자료 제출’ 등 무리한 정치적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면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공영방송을 장악하려는 시도로 의심받을 수 밖에 없는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박승철 기자 /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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