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총선을 하루 앞두고 ‘새로운 국회론’을 강력히 설파했다. 핵심 민생법안 처리를 막아 온 국회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새로운 국회를 탄생시켜 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한 것이다. 진실된 국회를 만들기 위해 소중한 한표를 행사해 달라며 국민들을 향해 투표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날 박 대통령 발언이 투표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50~60대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향하게 할지, 선거 막판 지지층 결집에 결정적 영향을 주게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2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최근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국민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규제개혁의 장애요인이 무엇이냐는 설문에 전문가 68%, 국민 57%가 국회라고 답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회의 규제개혁 법안 처리 지연과 의원입법을 통한 불필요한 규제신설이 큰 문제라는 점에 국민 다수가 공감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정부가 일자리와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안 등이 국회에 번번히 가로 막히는 현실을 보면서 지금 국민과 기업들은 가슴이 미어질 것”이라며 “국민들이 추운 겨울 얼어붙은 손을 불면서 했던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인 서명운동’은 국회에서 철저히 외면 당했다”고 통탄했다. 그런데도 우리 경제가 간신히 지탱되고 있는건 순전히 국민과 기업들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라고 박 대통령은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경제는 멈추면 다시 돌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변화가 빠른 이 시대에는 한번 뒤쳐지면 다시 되돌릴 수도 없다. 언제 북한이 도발할지 모르고 이대로 경제시계가 멈춘다면 제2 경제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며 “민심이 곧 천심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국회가 이같은 우리 국민과 기업의 열망을 잘 읽어서 20대 국회는 민심을 잘 헤아리고 국민을 위해 성숙되고 변화된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13일 치러질 총선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내일(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라며 “부디 20대 국회는 진정으로 국민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던질 수 있는 진정한 민의의 국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박 대통령이 강조해 온 ‘진실한 사람’ ‘국회 물갈이’ ‘국회 심판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언급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민생안정과 경제 활성화에 매진하는 새로운 국회가 탄생해야만 한다. 여기서 무너지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이 져야 하고 국가의 빚은 점점 늘어나게 되고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며 “저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마음과 몸이 무겁고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점점 많아졌는데, 국민 여러분께서는 이번 선거에서 나라의 운명은 결국 국민이 정한다는 마음으로 빠짐없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서 진정으로 국민을 섬기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20대 국회를 만들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투표를 독려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법안이 늦게 통과돼 피해를 본 사례와 아직도 처리가 안된 입법으로 인한 피해 사례를 조목조목 짚어가며 국회를 성토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중국기업 직원 6000명이 한꺼번에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인천에서 치맥파티 등을 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었는데 실은 호텔방이 부족해서 당초 계획보다 방문인원을 대폭 축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며 “관광진흥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관광호텔 공급을 늘려야 하는 이유를 3년이란 긴 세월 동안 국회를 찾아가 설명해야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이런 아쉬운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서비스법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이 법이 시행이 되어서 서비스 산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면 앞으로 15년간 69만개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하는데 무려 4년8개월이 되도록 법 처리가 안되면서 지금도 매일 일자리 기회가 사라지고 있다”며 “이렇게 경제 활성화 입법이 안되거나 지연 처리되어 우리가 잃어버려야 했던 투자 및 고용손실을 따져보면 그 손실이 참으로 엄청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후보를 찍으라는 대통령의 노골적인 대국민 협박이자 최악의 선거개입”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은 대통령의 ‘국회 심판론’을 비판하면서도 ‘선거개입’이라고는 주장하지 않아 온도차를 보였다.
한편 박 대통령은 미국·멕시코 순방에 따른 후속조치에도 만전을 기해줄 것을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에 모호함이 없도록 전면적이고 완전하게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 관계 부처는 북한의 변화를 위한 국제공조에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세심히 관리해 주기 바란다”며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협의 개시 등을 논의하기 위한 실무 협의를 금년 중에 개최하기로 했는데 관계 부처는 이것도 철저하게 준비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남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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