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판세를 좌우할 대형 이슈가 없는 이번 총선은 막판까지 유독 격전지가 많아 전체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태로 전개되고 있다.
과반이 어렵다는 새누리당, 100석도 쉽지 않다는 더불어민주당, 교섭단체를 넘어 30석 이상을 노리는 국민의당, 입지가 좁아진 정의당 등 모두가 단 1석이 아쉬운 긴박한 흐름이다.
매일경제신문이 지난 6일 이전에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3%포인트 이내의 박빙 승부를 예고한 초접전 지역이 40개에 육박했다. 이들 지역구 외에도 상대당에게 의석을 뺏길 경우 치명타가 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종로·강남을 ▲대구 수성갑 ▲경기 수원무 ▲전북 전주병 ▲광주 광산을 ▲세종특별자치시 등 7개 지역구는 각 당에 몇석 이상의 가치를 지니는 상징적인 지역이다. 여야 관계자들은 이들 지역구에 대해 “5석의 가치를 지닌 상징적 지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지역구는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종로구다. 새누리당의 새로운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5선의 야당 거물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격돌하고 있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 등 정치 거물들이 거쳐간 종로의 선거 결과는 후보자 개인은 물론 양당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오 후보가 이길 경우 당장 대권 구도에 변화를 가져온다. 정 후보가 승리할 경우 당내 입지를 탄탄히 다지면서 다시 더민주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 반대로 패배한 쪽은 정계 은퇴를 해야 할 정도의 정치적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는 ‘데스 매치’인 셈이다. 종로구는 또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강북 표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선거 초반에는 서울시장을 역임한 오 후보가 앞섰으나 점차 정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투표함 뚜껑을 열 때까진 누구도 승패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11일 “오 후보는 인지도에서 강점을 보이고 정 후보는 조직력에서 강점이 있다”며 “특히 오 후보가 승리할 경우 정치 1번지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향후 정치 행로에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 경기도지사인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와 김부겸 더민주 후보가 맞붙는 대구 수성갑 역시 전국적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는 곳이다.
김부겸 후보가 승리할 경우 야당 불모지였던 여권 심장부 대구에서 31년만에 야당 소속 의원이 탄생하면서 우리나라 정치의 고질적 폐해인 지역주의 타파의 신호가 될 수 있다.
특히 이한구 전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의 지역구였던 곳인만큼 새누리당 공천 파동에 대한 평가가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대구에서 가장 학력이 높고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는 수성구에서 김부겸 후보가 승리할 경우 새누리당에 대한 전체적 지지세가 크게 흔들릴 수 밖에 없다”며 “이러한 원심력이 대구 전체에 영향력을 줄 수 있어 파괴력이 굉장히 큰 곳”이라고 분석했다.
신설 지역구인 수원 무는 수도권 표심의 가늠자로 평가받는다. 선거구획정 결과 용인은 4석, 수원이 5석으로 늘어나 ‘용인-수원’ 라인은 총 9석이 됐다. 충청북도와 강원도가 각각 8석인 점을 감안하면 웬만한 광역지자체 이상의 의석수를 가진 초대형 벨트인 셈이다.
이 곳의 승리는 ‘용수 라인’ 표밭 다지기의 성패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현재 3선에 도전하는 정미경 새누리당 후보와 4선에 도전하는 김진표 더민주 후보가 엎치락 뒤치락 접전을 펼치고 있다.
서울 강남을도 관심이 가는 지역구다. 강남을은 개포동, 세곡동, 일원동, 수서동으로 이뤄진 지역구로 강남구 내에서는 상당한 야당 지지세력이 있는 곳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야당의 불모지였던 강남구에서 더민주가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단 초반 판세는 여당 후보인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18대 국회의원이었던 전현희 더민주 후보를 앞서고 있다.
전북 전주병과 광주 광산을은 이번 총선에서 호남 민심이 더민주와 국민의당 가운데 어느 쪽을 향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줄 선거구다.
전주병에서는 더민주 현역인 김성주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공들여 영입한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격돌한다. 대권 후보를 지낸 정 전 장관으로선 정치인생을 건 마지막 승부다. 새누리당에서 김성진 후보를 내세우기는 했지만 여론조사 결과 등을 보면 김 의원과 정 전 장관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모양새다.
전북은 10개 지역구 중 국민의당이 우세를 보이는 정읍·고창, 익산을을 제외한 모든 지역구에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다. 전주병마저 국민의당에 넘어가면 더민주가 전북에서의 주도권을 국민의당에 완전히 내줄 수밖에 없는만큼 두 사람의 승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녹색 바람’의 바로미터가 바로 전주병”이라며 “정 전 장관이 당선되면 전북 전체에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고 증명하는 것이고 안되면 전북 전체에서 국민의당이 의석 확보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을 성적표는 ‘호남의 심장’ 광주의 민심이 더민주와 국민의당 중 어느 당을 택할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전망이다. 더민주에서는 이용섭 전 의원이 출마했고 국민의당에서는 현역인 권은희 의원이 나섰다.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이 전 의원이 앞서는 것으로 나왔지만 권 의원이 추월한 여론조사도 나온만큼 뚜껑을 알아봐야 한다는 평가다. 국민의당의 ‘광주 싹쓸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더민주로서는 이 전 의원의 당선이 절실하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요즘 지역에서 들려오는 소리로는 권 의원도 만만치 않은 분위기”라며 “광주에서 0대8이 되면 (더민주로서는) 나머지 호남 지역구에 상관없이 상징적인 패배를 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에서는 ‘친노 좌장’ 이해찬 무소속 의원이 정치적 재기에 나선다. ‘공무원 표심’을 노리는 새누리당은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실 차장을 내세웠고, 더민주는 충남 출신의 문흥수 전 서울지방중앙법원 부장판사를 전략공천했다.
이 지역은 새누리당의 공무원 표심 결집 여부와 이 의원의 기존 영향력간 맞대결에서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김만흠 원장은 “여론조사에서 10% 안팎으로 조사되는 더민주 지지자들이 막상 선거에서 이 의원을 찍을지 여부가 변수”라고 내다봤다.
[우제윤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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