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총선 후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공개 발언한 것은 5월부터 사실상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본래 임기는 7월 중순까지이지만, 총선 후 친박계 비율이 높아질 당내 세력 분포를 감안할 경우 대표직을 이어나가기보다는 직책을 내려놓아 정치적 운신의 폭을 여유롭게 확보하겠다는 속내로 풀이된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김 대표의 임기 내 사퇴는 오래 전부터 예견된 사안이었다. 2017년 대선에 나서려면 당헌 93조에 따라 대통령선거일(2017년 12월20일) 1년 6개월 전까지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김 대표가 6월 20일 이전에 자리에서 내려올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특히 옥새투쟁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친박계와 정치적인 결별이 공식화된 터라, 당권을 행사하는 게 더이상 여의치 않다는 사정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가 “(총선이 끝난 뒤 대표직에서 사퇴에)시간이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새누리당은 이르면 5월께 원내대표 경선과 더불어 전당대회를 치를 가능성이 크다. 친박계에겐 당의 투톱을 모두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총선도 치르지 않았지만, 당내에성 최경환 의원, 이주영 의원 등이 당권을 노린다는 소문이 솔솔 나오고 있다.
다만 이날 대권에 대한 추가 질문에 김 대표는 구체적인 확답을 피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대권주자로 부족한 사람’이란 자평을 또 내놨고, “현재로선 여야를 막론하고 대권주자 보이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대표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께서 (대선 출마) 생각이 있으시다면 자기 정체성에 맞는 정당을 골라서 당당하게 선언하시고 활동하시길 바란다”며 “(반 총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한다면) 새누리당은 환영한다. 대신 민주적 절차에 의해 (대선 후보에) 도전하셔야 한다”고 사실상 견제성 발언을 했다.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에 대해선 “이상을 너무 높게 잡아서 현실적응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대표는 탈당한 무소속 인사들에 대한 친박계의 반응에 대해서도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무소속 인사들의 복당 불가 및 대통령 ‘존영’ 반납 논란에 대해 그는 “그동안 머리 아픈 일이 많이 있었는데 좋은 코메디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되도록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김종인 대표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불거져 나오는 야권연대에 관해선 “정체성이 안맞아 탈당해 갈라진 게 5년이 지났나 10년이 지났나”라며 “1년도 안되서 연대하는 건 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질타했다. 그는 이어 “오로지 선거 승리만을 위해 탈당했다가 손 잡는 건 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일”이라며 “국민들의 선택받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아주 못난 짓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종인 더민주 대표에 대해선 “운동권 체질을 고칠 의사를 자처하며 당 대표를 맡아 전권 행사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 의사라기보다는 분장사”라며 “당의 운동권 체질 고치기 위해 과감한 수술을 택하지 않고 쉬운 화장으로 운동권 민낯 감추고 유권자 유혹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그는 이어 “연극 끝나면 화장은 지워진다”라며 “운동권 민낯은 곧 드러나게 된다라는 점을 유권자 여러분이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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