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발(發) 이공계 열풍이 정치권까지 번졌다.
총선에서 각 정당은 비례대표 1번에 당의 정체성을 내세울 수 있는 상징성 있는 인물을 배치한다. 경제통이나 소외계층을 1번으로 내세웠던 역대선거와 다르게 이번 총선에선 여야 모두가 비례대표 1번을 IT 전문가나 과학기술인으로 채워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은 비례대표 1번에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기술 전문가인 송희경 전 KT평창동계올림픽 지원사업단장을 배정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수학콘서트’ 등 인기 수학 교양서 저자인 박경미 홍익대 수학과 교수가, 국민의당에서도 여성과학자인 신용현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이 각각 비례대표 1번에 이름을 올렸다.
여야 모두 비슷한 분야의 인물로 비례대표 1번을 채운 것은 역대 선거에서 각 당이 경제전문가나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인물을 1번 후보로 공천해 당의 이미지를 내세우던 것과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에 새누리당은 대한여성과학기술인 회장을 역임한 민병주 원자력연수원장을, 민주통합당은 ‘노동’에 방점을 두고 고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이자 노동전문가인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대표를 내세웠다.
이런 현상이 최근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 이후 높아진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발표하면서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대결 영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크게 늘었다”며 “인공지능의 기본은 수학이란 점을 고려해 박 교수를 1번으로 모셨다”고 설명했다.
각 당의 과기인 ‘전진배치’가 과학기술 발전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알파고 열풍도 있었겠지만 과학기술발전에 대한 각 당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천근아 국민의당 비례대표추천위원장도 신 원장을 후보 1번으로 배정한 뒤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는 정치가 돼야 한다. 준비된 수권정당의 주역이 될 분을 우선 추천했다”고 말했다.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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