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윤상현 의원의 욕설 파문에 이어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김무성 대표 공천 보류 결정에 따른 내홍으로 삐걱대고 있다.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이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당 내부에서는 4·13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가 어렵다는 ‘10년 위기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11일 정오 이 위원장은 여의도 당사에서 3차 공천 결과를 발표하면서 37개의 경선지역과 27곳의 단수추천지역을 확정했다. 발표는 당초 오전 9시 30분으로 예정됐으나 이 위원장은 전날 김무성 대표 공천 보류로 반발한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이 공관위 회의에 참석할지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발표를 미뤘다.
그러나 전날 예고대로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이 공관위 오전 회의에 불참하자 이를 발표해버린 것이다.
이 위원장은 발표 후 기자들과 만나 “두 분이 계실때 대략 결정된 내용”이라며 “급하기 때문에 두 분이 참석 안해도 심사는 계속 할 것이다. 결론은 안낼지 몰라도 계속 심의한다”고 말했다. 황 총장 등 비박계의 반발에도 ‘마이 웨이’를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김무성 대표 경선 지역 발표도 최후까지 미룬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위원장은 최고위원들과 공관위원들의 경선 및 공천 여부 발표는 가장 마지막에 한다는 원칙에 대해 “(홍문표, 박종희) 두 사람은 예외적으로 처리를 해준 것”이라며 “예외는 더이상 없다”고 못박았다.
황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대표에 관한 사안까지도 공관위원장이란 이름으로 독선적으로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이 위원장을 비판했다. 또 “김 대표의 경선 명단 발표 하나만 가지고 얘기하는 게 절대 아니다. 공천 신청자들이 불편을 겪는 공관위 업무에 대해 시정을 요구한 것”이라며 “마치 주객이 전도된 것처럼 그것(김 대표 공천)에다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생각하면 잘못됐다”고 이 위원장을 비판했다.
양쪽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내부에서는 공관위 파행 장기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황 총장 등의 불참으로 심사가 지연될 경우 24일부터 시작되는 후보자등록 신청 시간을 맞추지 못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공천 확정지역은 단수 추천된 13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경선지역은 결선투표까지 치러야 해서 일정이 빡빡한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당내 갈등이 증폭되면서 내부에서는 위기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180석 확보라는 목표 달성은 커녕 과반 의석 확보도 어렵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과반수는 여당으로서의 존재감 유지와 현실적으로 정국을 장악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인데 이마저 위험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6년 15대 총선에서 당 전신인 신한국당은 139석을 확보하며 제1당 자리는 지켰지만 선거 전 의석수 170석보다 31석을 빼앗기며 1년 후 정권을 내주게 된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신한국당이 170석에서 139석으로 준 것이 이긴 것이냐, 국민회의가 65석에서 79석이 된 게 진 것이냐, 뭐가 패배고 승리냐”라며 대권으로의 길을 공고히 했다.
일각에서는 17대 총선 당시 120석으로 주저앉았던 시절의 악몽이 되살아난다는 비관론까지 나오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은 당시 121석을 얻으면서 개헌저지선 확보에 그쳤다. 열린우리당에 의석 과반수(152석)를 내주며 3당 합당 이래 처음으로 제 2당으로 전락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여대야소 구도가 무너질 경우 각종 개혁 정책이 물건너가고 청문회 정국을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명환 기자 / 안병준 기자 / 추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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