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개성공단 전격 중단과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도입 등 정부가 단호한 대북 제재 조치를 취하고 나섰다. 자산 몰수 등 북한의 반발과 저항은 이미 예견됐다. 남북이 일촉즉발의 대치국면으로 돌입한 상황에서 다소 피해가 있더라도 온 국민의 힘과 뜻을 한데 모아 위기를 정면으로 헤쳐나가는 게 우리에게 당면한 과제라는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은 남남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벌써 분열 책동과 이간질에 나섰다. 북한은 지난 1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성명을 통해 “남조선 인민들이 격분에 넘쳐 규탄하듯이 개성공업지구 전면 중단은 제 손으로 제 발등을 찍은 자살행위”라며 “날벼락을 맞은 것은 남조선 기업들과 인민들”이라고 노골적으로 남남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이 우리 기업이 투자한 설비, 물자는 물론 완제품까지 일방적으로 몰수하고 우리 국민을 내쫓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정치권 일각에선 벌써 4월 총선용 ‘북풍’이라며 갑론을박에 여념이 없다.
공무원노조도 12일 “정부의 무모한 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성명을 내놓는 등 사회 곳곳에서 국론 분열 조짐이 보인다. 또 일부에선 과도한 안보불안과 함께 사드 배치와 관련한 각종 의혹과 괴담마저 번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우리 사회의 원로들은 북한의 술수에 놀아나지 말고 무엇보다 안보 위기 상황에선 국민 통합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나섰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정부도 오죽했으면 이런 조치를 했겠냐”며 “당면한 안보이슈에 대해 정부를 무조건 비판하는 등 내부 갈등을 보여선 안되고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이어 “서로 소통을 잘 해 국민들이 정부의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운찬 전 총리도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남남갈등은 북한 주민들조차 통일을 원하지 않게 해서 통일의 길을 더 멀게 한다”라며 “성숙하고 차분한 태도로 긴장 완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통일연구원장을 역임한 김태우 건양대 교수는 “개성공단 폐쇄는 우리도 생채기가 나는 카드이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비상수단이기도 하다”며 “대한민국 내에서 사분오열하는 모습은 비상수단의 효과를 저하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태 당시처럼 이번에도 국민의 단결되고 결연한 의지를 다시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지금처럼 엄중한 상황에서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하며 남남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북한이 원하는 이적행위로 봐야 한다”며 “국론을 하나로 모으고 지난해 목함지뢰 사건 때처럼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도 “북한 문제를 바라보는 시급성과 위급함이 국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 같다”면서 “북핵 문제를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식도 훨씬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기업들도 정부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고 도와줄 수 있게끔 협조할 부분은 협조해야 한다”며 “기업들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정부는 기업들이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정부를 믿고 따라간다면 절대로 망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하지만 야당은 정부가 안보를 빌미로 4·13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등 정쟁을 이어갔다. 이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선거대책위 연석회의에서 “국민을 안보 불안에 떨게 해서 혹시라도 무슨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들 수 있는데, 국민 의식수준을 봤을 때 그런 것이 선거에 크게 작동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이 북풍으로 선거에서 재미를 보려 한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선거를 두고 통일대박을 외치던 박근혜 대통령의 갑작스런 조치는 7·4 선언 이후 유신으로 회귀하는 적대적 공생관계를 획책하는 것이 아닌지 문제를 제기한다”고 거들었다.
국민의 당은 박 대통령과 정부가 대북정책에서 완전히 실패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안철수 국민의 당 공동대표는 마포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내걸고 통일대박을 외쳤지만 대북정책에서 완전히 실패했다”며 “박 대통령의 정책은 너무 즉흥적이고 감정적이다. 냉탕과 온탕을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어 “개성공단 폐쇄로는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막을 수 없다. 근본적 해법이 되기 힘들고 우리 기업 경제적 피해도 막대하다”며 “오히려 국제적인 대북제재 협상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카드를 먼저 없애버린 것은 아닌지, 개성이 북한의 남측 침투 선봉부대가 돼 안보에 더 큰 불안을 초래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제윤 기자 /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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