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배치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빚었던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해 국방부가 “안보와 국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9일 “정부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 등 기술적 사항에 대해 실무차원에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국방부의 이같은 언급은 이전보다 사드 배치의 필요성 쪽으로 좀 더 기울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 탐지거리 ‘600km종말단계’ 모드 검토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아직 미국측으로부터 공식 협의 제안을 받은 게 없다”면서도 “미국측이 공식적으로 요청해 오면 당연히 구체적인 협의와 검토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과 같은 맥락이다. 당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문제는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이런 것을 감안해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표면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사드에 대한 생각은 분명 예전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게 확실해 보인다. 대북 제재에 중국이 미온적 태도로 일관함에 따라 우리 정부 입장에선 중국 압박용 카드로 사드만한게 없기 때문이다.
사드 체계에 포함되는 탐지 레이더는 범위가 1200km 이상으로 알려진 조기경보용 전방배치모드(FBM)와 이보다 훨씬 짧은 600km 정도로 알려진 종말단계모드(TBM) 두가지가 있다. 중국 정부는 사드 레이더가 전방배치모드로 운용되면 중국 내륙까지 레이더 탐지 범위에 들어간다는 이유로 한반도 배치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를 의식해 일각에서는 중국 본토에 레이더 범위기 미치지 않는 종말단계모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 인 것으로 알려졌다.
◆ 국방부, “사드 군사적 효용성 파악 중”
이와 관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정부 고위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사드 한반도 배치와 관련한 협상이 진행 중이며 이르면 다음주 발표할 것이라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최근 한국 고위 관리들과 접촉한 미국의 전직 관료가 한국 정부 내에서 사드 도입에 대한 긍정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가 사드 한반도 배치를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비공식 협의가 늘어나고 있고 공감대가 확대되고 있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 중에 중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 사드 한반도 배치 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드의 레이더 탐지 범위가 북한 영토를 넘어 중국 북부에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한·미가 사드 배치 문제를 실제 협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표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따른 대북 제재 방안을 놓고 중국이 한·미·일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사드 문제까지 터지면 한·중 및 한·미·일과 중국 간 대북 제재 공조 국면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 서울 =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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