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로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자 군은 6일 경계 태세를 올리고 비상대응체제를 가동했다. 군의 관계자는 이날 “합참은 낮 12시 부로 초기대응반을 소집하고 전군 경계태세를 격상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 군 당국의 대북 공조체제도 가동됐다. 이순진 합참의장은 이날 낮 12시 7분께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과 10여 분 동안 통화했다. 국방부는 “현 상황에 대해 한미가 긴밀히 공조하고 있다”며 한미 양국 군의 대북 공조체제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미군의 대기분석 특수정찰기인 WC-135(콘스턴트 피닉스)가 이날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嘉手納) 기지에서 발진해 북한 풍계리 일대의 대기 분석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정찰기는 동체 옆에 달린 엔진 형태의 대기 표본수집 장비로 방사성 물질을 탐지한다.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1차, 2차 핵실험 때도 투입된 바 있다.
군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지도 주목된다. 남북의 ‘8·25 합의’ 제3항은 남측이 “비정상적인 사태가 산생(産生)되지 않는 한” 모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한다고 돼있다. 북한은 핵실험을 감행함으로써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수 있는 조건을 사실상 스스로 만든 셈이다. 북한의 이번 핵실험은 한반도 안정을 뒤흔드는 비정상적 사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함으로써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보복 조치에 나서야 한고 지적하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작년 8월 초 지뢰 도발로 위기가 고조됐을 때 휴전선 인근 북한 주민에게 외부 세계 소식을 알려 강력한 압박 수단이 됐다. 북한이 남측에 보낸 서한에서 요구한 것도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이었다. 북한이 대북 방송을 얼마나 체제 위협으로 받아들이는 보여준 장면이었다.
그러나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월 말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는 8·25 합의에 언급된 ‘비정상적인 사태’에 해당하지 않음을 시사했다. 전략적 도발인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에는 정치·외교적 제재가 따르는 만큼,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뢰·포격 도발과 같은 국지적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라는 뜻이었다. 따라서 우리 군이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 조치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내세우지는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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