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오는 5월 35년만의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글로벌 자본주의의 최전선인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 문을 두드렸다.
집권 5년차를 맞아 경제회생·민생향상을 위해 ‘적진’ 한복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최측근인 리수용 외무상을 파견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지난 4년간 집안단속을 끝낸 김 제1비서가 북한식 ‘정상국가화’ 추진전략의 첫 걸음을 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일 정부 관계자는 “북측이 지난 해부터 다보스포럼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해온 것 같다”면서 “리 외무상도 주최측의 초청에 대해 흔쾌히 호응을 했던 것으로 알고있다”며 그의 포럼 참석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관계자는 “북측 인사들도 이미 다보스포럼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정상국가화’는 경제발전과 민생향상을 도모하려는 북한으로서는 피해갈 수 없는 수순이다. 이런 맥락에서 북측도 김 제1비서 집권 후 4년간 갈짓자 행보를 보이면서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을 기울였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리 외무상은 다보스에서 정치·인권보다는 자신들의 합리적 측면을 부각하며 경제개발을 위한 구상과 비전을 밝힐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김 제1비서는 집권 이후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보다 정상적인 국가로 자리매김위한 수순을 하나 둘 밟아왔다”며 “북측의 (다보스포럼) 참가가 단지 형식적 참가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앞서 김 제1비서는 지난 2012년 4월 15일 집권 후 첫 대중연설에서 “우리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후 김 제1비서는 지난 2014년 원산·금강산 국제광지대를 설치했다. 지난 해에는 백두산을 포함하는 ‘무봉관광특구’를 열고 외국관광객 유치에 주력했다. 또 김 제1비서는 자신의 경제개방의 핵심정책인 국가·지방급 경제개발구를 북한 전역에 설치했다. 이어 외국인이 직접 경제개발구 운영 전반을 책임지는 관리위원장 직에도 오를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했다. 이밖에 북한은 기업소·협동농장 생산활동에서 자율성을 확대해 생산력을 끌어올리려는 경제관리개선조치들도 확대했다. 같은 시기 북한에서는 주민들의 실질적 생계활동이 이뤄지는 장마당 경제가 활성화되고 ‘돈주’로 불리는 신흥 부유층도 생겨났다.
북한은 이같은 내부적 노력과 함께 경제회생을 위한 대외환경과 국제여론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나름대로의 노력을 지속해왔다. 이같은 움직임의 중심에는 다보스포럼에 파견할 리 외무상이 있었다. 그는 지난 2014년 북한 외무상으로는 15년만에 뉴욕 유엔총회에 참석해 대외적인 김 제1비서의 ‘입’ 역할을 맡았다. 작년 초에는 처음으로 유엔 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에도 참여해 목소리를 냈다. 쿠바·아프리카 등 전통의 우방국들을 잇따라 방문하며 외교관계 강화·복원에도 주력했다. 당시 리 외무상은 적도기니에서 세일즈외교를 펼쳐 30억달러(약 3조 5600억원) 규모의 정보통신사업을 수주하는 성과를 올렸다.
다만 정부 안팎에서는 북한이 의미있는 수준의 외국자본을 유치하고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핵폐기에 대한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진정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먼저 무엇을 해야하는 지는그들도 알고 있다”며 핵문제에 대한 결단이 선행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은행·금융시스템 정비가 필요한데 북한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리 외무상의 다보스포럼 참석을 계기로 김 제1비서 등 김정일 위원장의 자녀들과 리 외무상이 과거 포럼 개최지인 다보스에서 맺은 인연도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리 외무상은 김 제1비서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뿐만아니라 김 위원장의 장·차남인 정남·정철의 스위스 유학 당시에도 현지에서 이들의 후견인 역할을 맡았다. 리 외무상은 스위스 대사 재직시절 스위스은행에 보관됐던 김 위원장의 개인자금 관리를 맡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미래 평양의 후계자들에 대한 교육과 내밀한 개인자금 관리를 모두 리 외무상에게 맡겼던 셈이다.
[임성현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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