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외에서 잇달아 테러가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테러방지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회에 계류중인 테러방지법은 야당의 반대로 인해 상임위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내 안보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테러 안심국가가 아니다”며 “언제 닥칠지 모르는 테러에 대비하기 위해 빨리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파장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안보연구소의 연구위원으로 지난 달 위촉된 4성 장군 출신의 한 인사는 4일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테러방지법을 신속히 제정해야한다고 강조하면서, “야당은 국가정보원이 감청을 하지 않을까, 민간인 사찰을 하지 않을까 너무 염려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인사는 “이런 문제를 핑계로 대고 있는데 테러방지법을 만들기는 해야 한다”며 “가장 효율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관에서 주도하되, 이러한 권한을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달 이 연구소의 위원으로 함께 위촉된 이영하 전 공군참모차장(예비역 중장)은 “우리나라도 테러에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이라 대테러법을 제정해야한다”며 “대테러 작전을 지휘하는 조직의 권한이 분산되면 효율적 작전이 어렵기 때문에 일사불란한 지휘체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전 참모차장은 “(컨트롤 타워는)국정원보다는 정부 부처에서 맡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며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라는 측면에서 심층적으로 토의한 뒤 법이 제정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과거에 국가 기관이 인권을 유린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국정원 권한 강화를) 우려하는 것 같다”며 “국가의 안보를 위해 개인의 자유도 부분적으로 유보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여야가 협상을 통해 법조문을 잘 만들면 인권침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은 테러방지법 입법에 대해 당 지도부와 해당 상임위원 간 엇박자를 내는 등 내부 입장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대테러방지시스템으로서 우리 당 방식의 대테러방지법을 내놓으려고 한다며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책 대안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대테러방지는 ‘인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리 당과 거리가 있는 아젠다일 수 있다”며 “하지만 집권을 준비하고 국민의 안전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대안정당으로서 우리 당이 대테러 문제를 더 적극적,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매일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원내대표의 말 대로 가기는 어렵다”며 “우리가 (테러법안을) 내놓는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선을 그었다. 정보위에 계류 중인 테러방지법안들에 대해 신 의원은 “국정원을 컨트롤타워로 하자는 데 국정원이 우리에게 신뢰를 준 적이 없다”며 “테러방지 업무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야권이 주장하는 정도로 국가정보원의 권한과 위상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다”며 “이번에도 진영 논리에 갖혀 법안 통과가 안되면 또다시 5년, 10년이 지나가 버릴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제성호 중앙대 교수(대테러정책학회장)는 “발의돼있는 테러방지법은 정보기관이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통신사 등에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는 것”이라며 “수사의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테러방지법을 만들고 난 뒤에 국정원을 통제를 할 수 있는데 야당이 너무 진영논리 빠져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 지적했다. 정보보호학회장인 박춘식 서울여대 교수는 “국회가 정보위를 통해 국가보원을 통제하면 되지않느냐”며 “내년 초부터는 총선 때문에 법을 만들지 못하고 또다시 하세월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정보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된 대테러 관련 법안은 2013년 발의된 ‘국가대테러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 (송영근 새누리당 의원)과 2015년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새누리당 이병석 의원) 등 3건이다.
[안두원 기자 / 김강래 기자 / 노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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