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특별원회가 25일 6개월 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설마 했지만 역시나 ‘빈손’으로 끝났다. 또 하나의 국회 특위가 제 구실을 못한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공적연금특위는 25일 오후 4시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특위 활동을 마무리했다. 특위 야당 간사를 맡았던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아무것도 합의된 게 없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끝은 초라했지만 공적연금특위의 시작은 요란했다. 공적연금특위 구성 여부와 의제 때문에 당시 국회 일정이 파행됐고, 청와대까지 개입하는 바람에 당청 관계도 악화됐었다.
공적연금특위는 지난 5월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구성결의안이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함께 가결되면서 공식 출범했다. 당시 야당과 공무원연금 단체는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로 인상 ▲공무원연금 개혁에 따른 재정절감액 20%, 공적연금 제도 개선을 위해 사용 등을 공무원연금 합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야당이 공무원연금에서 공적연금으로 전선을 확대하자 공무원연금 개혁안 통과는 한달 가까이 지연됐다. 지난 5월 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실무선에서 합의한 소득대체율 50%로 인상과 재정절감액 20% 사용에 전격 합의했지만, 청와대가 ‘월권’이라고 지적해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여야는 소득대체율 50%를 놓고 추가 공방을 벌이다가 5월 29일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공적연금특위 구성결의안을 가결했다. 사회적기구를 구성해 소득대체율 50% 인상의 ‘적정성’과 ‘타당성’을 검증하도록 하는 등 공을 공적연금특위로 떠넘겼다.
합의를 위한 합의이자 ‘꼼수’ 의 결과물인 공적연금특위는 예고된 빈수레였다. 이후 공적연금특위는 구성 74일 만에 첫 회의를 여는 등 공전을 거듭했다. 공적연금특위 구성 당시 공무원연금개혁특위에 참여했던 전문가들은 “공무원연금 개혁이야 청와대가 드라이브를 걸었으니 추진력이 있는데,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전 국민의 연금 제도를 쉽게 건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메르스 사태 등 각종 현안이 겹치면서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문제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 후에도 정부·여당이 5·29 합의에 대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겠다고 합의한 바 없다”고 주장해 난항을 겪었다. 애매모호한 지난 5월 합의문이 결국 발목을 잡은 것이다. 여당은 또 특위 산하 사회적기구에서 합의한 사각지대 해소 방안조차 “특위가 사회적기구 산하 기구냐”라고 주장하며 법제화를 거부했다.
정부·여당은 공적연금특위에서 논의하기로 한 모든 의제를 국민연금 2018년 재정추계위원회로 넘겨야한다고 버텼다. 야당도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 재정절감액 20%(약 1800억원) 중 절반을 국민연금 개선을 위해 쓰겠다고 제안했지만, 야당은 끝까지 20%를 고수했다.
그나마 타결 가능성이 있었던 국민연금 소득상한선(현재 421만원) 인상도 무산됐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월 421만원을 기준으로 9%의 보험료를 낸다. 역대 연봉을 받는 사람과 400만원대 월급을 받는 사람의 보험료가 같다는 뜻이다. 야당은 이 상한선을 600만원 이상으로 올리자고 했지만, 정부는 반대했다. 정부·여당은 현 421만원과 야당의 600만원 중간 지점인 510만원까지 인상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지만, 야당은 다른 모든 의제에 대한 합의가 불발됐다는 이유로 부분적인 합의에 동의해주지 않았다.
국회에는 공무원연금특위와 같은 ‘유명무실’한 특위가 많다. 윤리특별위원회의 경우 19대 국회에 제출된 의원 징계안 총 40여건 중 한 건만 최종 확정해 제 구실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또한 수차례 활동기간을 연장하면서도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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