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향후 동북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한·중·일 정상회담 계기로 열릴 것이 예상되는 한일 정상회담이다.
박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2주 후에는 3년 반 동안이나 중단되었던 한·중·일 정상회의를 서울에서 주최할 예정”이라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그 기회에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박 대통령이 사실상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회담도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의 한일 정상회담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한일관계 개선의 전환점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북한·북핵문제,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등 폭넓은 의견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는 한일관계에 있어 핵심 쟁점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박 대통령은 이날 CISI 연설이후 질의응답에서도 한일간 미래지향적 논의가 필요하며 동시에 한일간 현안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의미있는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중일 정상회의는 10월31일~11월1일 주말동안 1박2일 또는 1일 하루 개최하는 방안으로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양국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전에 양국 국장급 협의를 통해 마지막 의제조율에 나설 것으로 보이며 과거사 문제의 포괄적이고 완전한 해결은 어렵더라도 해결을 위한 발판 마련까지는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한일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와 식민지배와 관련해 어느 정도 수위의 발언을 할 지 관심사다.
이런 가운데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16일 박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발언과 관련해 “이웃이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가 있지만 정상이 흉금을 터넣고 얘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이 전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스가 장관은 “우리나라의 입장은 지금까지 한국측에 전달해 왔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이어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레벨에서 협의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스가 관방장관의 이날 답변은 “위안부 문제를 정치·외교화해서는 안된다”는 기존 발언과 비교하면 절제된 것이라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일관계와 더불어 주목되는 것은 아시아 지역에서 미중 역학관계와 한국의 역할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아시아 지역의 패권을 놓고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내세운 미국과 ‘아시아 신(新)안보관’을 추구하는 중국이 대립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박 대통령은 방미기간“한미동맹은 미국 아태 재균형정책의 핵심축”이라고 밝히며 미국 내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켰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건설하는 등 ‘현상유지(status quo)’를 바꾸려는 시도에 반대하고 있으며 향후 한국에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는 한중일, 한미중, 한미일 등 다양한 3각 협력을 통해 북한, 북핵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과 함께 동북아 평화협력에 기여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우리 정부는 기존 가동되고 있는 한중일, 한미일 정상회의와 함께 연말 또는 내년 초 다자회의를 계기로 ‘한미중 정상회의’를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인 김흥규 교수는 “중견국인 한국이 미국, 중국과 같은 강대국과 함께 정상회의를 주도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북핵, 북한문제라는 공동의제를 가지고 한·미·중이 함께 만날수 있다면 이는 박근혜 정부의 외교적 승리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정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